성숙한 방어기제 12가지 ⑫
창의성 (Creativity)
민영은 프로젝트가 막막해 밤잠을 설치고 있었다. 마감이 다가올수록 압박감은 커졌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다. 마감일은 다가오고, 그 압박감은 점점 심해진다. 혼자 집에서 노트북을 열고 문서를 쳐다보지만, 떠오르는 생각은 없다.
영화는 별생각 없이 보고 있었지만, 무의식 중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돌아오는 길, 머릿속이 조금씩 맑아진다. 집에 도착해 노트북을 다시 열었을 때, 민영은 문득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그것은 새로운 방식이었다. 기존에 해오던 방식은 아니지만, 왠지 될 것 같았다.
"그래, 이거야." 민영은 웃음을 짓는다. 불안하던 마음은 어느새 잦아들고, 머릿속에는 창의적인 해결책이 하나둘씩 떠오르기 시작한다. 불안과 스트레스를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꾸며 민영은 밤새도록 작업을 이어간다.
아침이 밝을 무렵, 그녀는 말한다. "난 결국 해냈어."
캔버스 앞에서 고민하던 화가가 자신의 우울한 감정을 강렬한 색채로 표현하거나, 작곡가가 실연의 아픔을 아름다운 멜로디로 승화시키는 순간들이 있다. 이처럼 우리는 불안과 고통을 창조적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이 급감한 식당 주인이 새로운 배달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취업난에 좌절한 청년이 자신만의 독특한 창업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이 대표적인 예시다. 학교 폭력 피해를 경험한 작가가 그 경험을 바탕으로 감동적인 소설을 쓰거나, 사회 부적응을 겪던 프로그래머가 자신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앱을 개발하는 것도 창의성의 발현이다.
심리학자 로로 메이(Rollo May)는 그의 저서 "창조의 용기"에서 창의성이 단순한 재능이 아닌, 실존적 불안과 마주하는 용기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현대 심리학 연구들은 적절한 수준의 스트레스와 불안이 오히려 창의적 문제 해결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
우리 안의 불안과 스트레스는 때로 거친 파도와 같다. 하지만 이 파도를 타고 새로운 해안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창의성의 마법이다. 마치 진주조개가 모래알의 자극을 받아 아름다운 진주를 만들어내듯, 우리도 삶의 고난과 불안을 창조적 에너지로 변화시킬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도피나 회피가 아닌, 적극적인 삶의 재구성이자 성장의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