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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장. 신경증적 방어기제 11가지

지성화 (Intellectual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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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증적 방어기제 12가지 ④ 


지성화 (Intellectualization) 


 




은정은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놀라움과 슬픔이 밀려왔지만, 그녀는 그 감정을 철저히 억눌렀다. 장례식 준비를 하면서도 그녀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차분하게 모든 일을 처리했다. 주변 사람들은 그녀의 침착함에 감탄했지만, 은정의 머릿속은 다른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철학적인 접근을 하기 시작했다. "죽음이란 결국 자연의 순리이고,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 모든 생명이 맞이해야 하는 필연적 과정이야,"라며 자신을 다독였다. 친구들이 위로의 말을 건넬 때도 은정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죽음은 단순히 생물학적 사건일 뿐이야. 인간은 모두 언젠가 끝을 맞이하지."


그러나 그런 말과는 달리, 은정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아직 다 풀리지 않은 슬픔이 자리하고 있었다. 

 



지성화(Intellectualization)는 감정적으로 위협적인 상황을 매우 추상적이고 지적인 관점에서 다루는 것을 말한다. 상황의 감정적 측면을 최소화하고 대신 논리적, 분석적 사고를 통해 문제를 바라보려고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까운 사람의 죽음에 직면한 사람이 슬픔을 느끼는 대신 죽음의 철학적 의미나 사회적 영향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단기적으로 정서적 고통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감정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게 하여 심리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 방어기제는 특히 지적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에게서 자주 관찰되며, 때로는 전문가나 학자들이 감정적으로 힘든 주제를 연구할 때 사용하기도 한다.



실제로 나의 아버지 또한 어린시절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그가 약 8-10세 무렵,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큰 공포를 느꼈다고 한다. 아버지는 거의 2년 간 매일 백과사전에 파묻혀 의학적 지식을 찾았다. 이 또한 지성화의 일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