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숙한 방어기제 12가지 ③
행동화 (acting out)
수진은 답답했다. 부모님의 기대, 학업 스트레스, 친구들과의 갈등이 그녀를 옥죄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가슴 속에서 끓어올랐다.
어느 날, 수진은 충동적으로 머리를 빨갛게 염색했다. 부모님은 경악했고, 학교에선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수진은 오히려 후련했다.
주말, 수진은 친구들과 쇼핑몰에 갔다. 그녀는 평소와 달리 비싼 옷들을 마구 구매했다. 카드 한도가 꽉 찼다는 문자를 받고서야 멈췄다. 집에 돌아온 수진은 부모님과 크게 다퉜다. 화가 난 그녀는 방문을 쾅 닫고 책상 위 물건들을 바닥에 쓸어냈다. 산산조각 난 물건들을 보며 수진은 울음을 터뜨렸다.
다음 날, 상담 선생님은 수진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니?" 수진은 처음으로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살면서 때때로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복잡한 감정들을 마주하게 된다. 마치 배가 고프거나 기저귀가 불편할 때 울음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아기처럼, 성장한 후에도 우리는 감정을 행동으로 표출하는 '행동화'를 경험한다.
퇴근 후 업무 스트레스로 동료와 다투거나, 연인과의 이별 후 충동적으로 명품을 구매하는 행동이 대표적이다. 특히 청소년기에는 이러한 행동화가 더욱 두드러져, 친구들과 갈등이 생기면 수업을 빼먹거나 부모님의 통제에 반발하여 늦게 귀가하는 등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에릭 에릭슨은 청소년기의 행동화를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자아정체성을 형성해가는 과정의 일부로 봤다. 현대 심리학에서는 이를 더 건설적인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