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숙한 방어기제 12가지 ⑦
원시적 이상화 (Primitive Idealization)
하린은 매일 아침 유튜버 '다은 언니' 영상을 본다. 다은 언니는 하린에게 완벽 그 자체다. 다은처럼 말하고, 다은처럼 먹고, 다은처럼 화장하려 노력한다. 친구들은 "넌 너답게 살아"라고 조언하지만 하린은 듣지 않는다.
다은이 홍대에서 팬미팅을 한다는 소식에 하린은 가슴이 떨렸다. 새벽부터 줄을 서서 기다렸다. 드디어 다은을 만나는 순간, 하린은 충격을 받는다. 실제로 본 다은은 영상 속 모습과 달랐다. 피부도 완벽하지 않았고, 말투도 달랐다.
"안녕하세요, 제가 진짜 팬이에요." 하린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다은이 답했다. "고마워요. 근데 왜 이렇게 나랑 똑같이 하려고 해요? 당신만의 매력이 분명 있을 텐데."
그날 하린은 자신의 방을 둘러보았다. 다은을 따라 산 옷들, 화장품들... 문득 거울 속 자신이 보였다. 처음으로 든 생각은 '나는 누구지?'였다.
오토 커른버그는 인간이 불안과 공허함을 견디지 못할 때 특정 대상을 완벽한 존재로 여기는 '원시적 이상화'를 경험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40년간의 임상 연구는 이러한 현상이 자아가 충분히 발달하지 못했을 때 더 강하게 나타난다는 점을 밝혀냈다.
우리 마음속에는 때로 완벽한 대상을 갈망하는 어린아이가 살아있다. 복잡한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면, 누군가를 전지전능한 존재로 만들어 그 품 안에서 안정감을 찾으려 한다. 이것이 바로 원시적 이상화가 작동하는 순간이다.
실제로 이런 모습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연인 관계에서 상대방의 단점은 철저히 무시한 채 "내 남자친구는 세상에서 제일 완벽해!"라고 믿거나, 직장에서 상사를 마치 신처럼 떠받들며 맹목적으로 따르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학창 시절 특정 선생님을 지나치게 이상화하여 그분의 말씀이라면 무조건 옳다고 믿었던 경험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는 SNS의 영향으로 이러한 이상화가 더욱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 유명 인플루언서나 정치인을 무조건적으로 신봉하며, 그들의 작은 실수조차 용납하지 못하는 팬덤 문화가 대표적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극단적 이상화가 자칫 맹목적인 추종으로 이어져 건강한 판단력을 잃게 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종종 자청이나 유명 유튜버들을 맹목적으로 따르면서 ‘이상화’를 통해 ‘절대적인 존재’라고 생각하는 경우들이 있다. 나는 이런 사람을 만날 때면 ‘위험한데…’라고 생각하곤 한다. 원시적 이상화가 본인에게 있는지 판단하고, 방어기제를 이겨낼 수 있도록 운동을 하고 책을 읽는 식으로 자기발전을 해야 한다. 정신적으로 의지만 해서는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