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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장. 신경증적 방어기제 11가지

외설화 (External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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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증적 방어기제 12가지 ⑩ 


외설화 (Externalization) 


 



준호는 최근 몇 달간 업무에서 실수를 연달아 저질렀다. 중요한 보고서를 잘못 작성해 상사에게 크게 혼난 날도 있었다. 하지만 준호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늘 불평했다. "상사가 나한테 너무 엄격해. 그 사람만 아니었으면 이런 실수는 없었을 거야." 준호는 모든 문제의 원인을 외부에 돌리며, 자신은 단지 피해자일 뿐이라고 여겼다.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일을 못한 게 아니라, 회사 시스템이 엉망이야. 팀원들도 제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데, 내가 혼자서 뭘 어떻게 하겠어?" 친구들은 준호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그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루는, 또 다른 실수로 인해 중요한 프로젝트에서 제외된 후, 준호는 분노에 휩싸였다. "이 회사가 문제야. 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환경이 나를 방해하고 있어." 그는 자신의 실수는 결코 자신의 능력 때문이 아니며, 모두 외부 요인 탓이라고 믿고 있었다.

 



취업에 실패한 지원자가 "회사가 제대로 된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는 거야"라고 말하거나, 연인과 헤어진 사람이 "이 시대가 너무 각박해서 진정한 사랑이 불가능한 거야"라고 주장하는 것이 대표적인 외설화의 예시다. 또한 학점이 낮게 나온 학생이 "교수님이 날 미워해서 그래"라고 하거나, 업무 실수를 한 직장인이 "시스템이 잘못된 거야"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일상에서 우리는 이런 외설화를 자주 목격한다. 아침에 늦잠을 잔 것을 알람 탓으로 돌리거나, 살이 찐 것을 스트레스 많은 사회 탓으로 돌리는 식이다. SNS에서도 자신의 게시물이 인기를 얻지 못하면 "알고리즘이 잘못됐어"라고 불평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인즈 코헛은 이러한 외설화가 취약한 자아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제라고 설명했다. 현대 심리학 연구들은 이를 뒷받침하는데, 특히 미시간 대학의 연구진은 10년간의 종단 연구를 통해 외설화가 증가할수록 개인의 성장과 학습 능력이 저하된다는 점을 밝혀냈다.



우리 모두는 때때로 자신의 불편한 감정이나 실패를 외부로 돌리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이는 마치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거울을 탓하는 것과 같다. 단기적으로는 자존감을 보호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진정한 성장과 자기 이해를 방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