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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장. 신경증적 방어기제 11가지

취소 (Und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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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증적 방어기제 12가지 ⑦ 


취소 (Undoing) 


 




유나는 화가 잔뜩 나 있었다. 친구 미진과의 사소한 말다툼이 큰 싸움으로 번지면서, 감정이 격해진 유나는 참지 못하고 미진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고 말았다. "넌 항상 이기적이야! 네 생각만 하고 남을 전혀 배려하지 않잖아." 미진의 얼굴이 굳어지는 걸 보면서도, 유나는 그 말을 멈추지 않았다.


싸움이 끝나고 집에 돌아온 유나는 마음이 무거웠다. 그 순간의 화 때문에 너무 심한 말을 했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침대에 누워 그 장면을 떠올릴 때마다 죄책감이 커져만 갔다. '내가 왜 그렇게까지 말했지? 미진은 그럴 사람이 아닌데…'


다음 날, 유나는 미진에게 사과하지 못한 채 불안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다. 그러다 미진에게 작은 선물을 사기로 결심했다. "미안하다고 직접 말하는 대신 이걸 주면 괜찮아지겠지." 유나는 미진이 좋아하는 책을 사서, 예쁜 카드에 정성스러운 메시지를 적어 건넸다.


미진은 선물을 받고 고맙다고 웃었지만, 유나는 여전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자신이 한 말이 없던 일처럼 취소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선물을 줬지만, 그 말의 상처는 사라지지 않을 거란 걸 알았다

 



취소(Undoing)는 자신이 저지른 행동이나 떠올린 생각이 불쾌하거나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 이를 무효화하려는 시도를 의미한다. 후회하거나 죄책감을 느낄 만한 행동을 한 후, 그것을 ‘취소’하거나 상쇄하기 위한 행위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한 사람이 그 후에 지나치게 친절하게 행동하거나, 그 사람에게 선물을 주는 경우가 있다.



위 내용을 본 우리 직원이 이렇게 말했다. “자청 대표님도 취소를 자주 해요. 업무 지적하고서 밤에 장문으로 미안해하면서 칭찬도 하고 그러잖아요” 



나는 이에 대해 “그건 취소가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화를 낸 것에 대해 ‘공감성’으로 미안한 감정을 느껴 사과를 하는 것과 취소는 별개이다. ‘취소’는 본인이 화를 냈다는 것 자체에 대해 심리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아 상대에게 잘해주는 반동적인 행위이다. 예를 들어, 본인이 평소에 화내지 않는 여유로운 사람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 감정적으로 갑자기 화를 내버렸다. 이를 스스로 인정하기 싫어, 상대에게 잘해주면서 ‘나는 화냈던게 아니야. 이것봐 잘해주잖아’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행위가 ‘취소’이다. 갑자기 절도를 할 사람이 봉사활동을 한다던가 하는 행위가 취소라고 이해하면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