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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장. 미성숙한 방어기제 12가지

전능감 (Omnipot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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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숙한 방어기제 12가지 ⑥ 



전능감 (Omnipotence) 


 




민수는 자신만만했다. 대기업 마케팅팀 팀장으로서 그의 커리어는 승승장구했다. 모든 프로젝트는 그의 손끝에서 완벽하게 마무리되었고, 실패란 그의 사전에 없었다.


신입사원 지은이 들어온 건 그즈음이었다. 처음엔 그저 평범한 신입사원이었다. 하지만 지은은 민수의 지시를 그대로 따르지 않았다. "팀장님, 이 방향은 좀 위험할 것 같은데요. 시장조사 결과가..."


민수는 그녀의 말을 잘랐다. "내가 10년 넘게 해온 일이야. 내 판단이 맞아. 넌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몰라."

큰 광고 캠페인이 시작되었다. 민수는 모든 직원들의 우려에도 자신의 방식을 밀어붙였다. "실패? 그런 건 없어. 내가 하는 일은 항상 성공해."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타겟층의 반응은 차가웠고, 소셜미디어에선 비난이 쏟아졌다. 회사는 큰 손실을 입었다.


충격에 빠진 민수는 사무실에 혼자 남아있었다. 그때 지은이 조용히 다가와 커피를 건넸다. "팀장님, 우리 다음엔 함께 의견을 나눠보는 건 어떨까요? 팀장님의 경험과 우리의 새로운 시각이 만나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아요."


민수는 처음으로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마블 영화의 아이언맨처럼 "난 뭐든 할 수 있어!"라고 외치며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을 시도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도 이런 '전능감' 방어기제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10년간의 연구 결과는 흥미롭다. 연구진은 위기에 처한 기업의 CEO들이 보이는 전능적 사고가 단기적으로는 강력한 리더십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치명적인 판단 오류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파산한 기업들의 상당수가 CEO의 과도한 자신감과 통제 욕구로 인해 적절한 시기에 구조조정을 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내가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어"라며 혼자서 팀 전체의 업무를 떠안으려 하거나, 심각한 질병 진단을 받고도 "의사의 조언 따위 필요 없어. 내 방식대로 하면 돼"라고 고집부리는 모습들이 전능감의 전형적인 예시다. 스포츠 스타들이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난 절대 질 수 없어"라고 되뇌는 것 역시 이러한 방어기제의 발현이다.



현대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전능감이 극도의 불안과 무력감을 이겨내기 위한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본다. 다만 이것이 지나치면 현실 감각을 잃고 나르시시즘적 성격장애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