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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장. 미성숙한 방어기제 12가지

신체화 (Somat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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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숙한 방어기제 12가지 ⑩ 


신체화 (Somatization) 


 




준영은 내일이 승진 발표날이다. 올해는 꼭 승진할 거라 믿었다. 실적도 좋았고, 상사와의 관계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어제부터 갑자기 위가 아프기 시작했다.


"준영 씨, 내일 발표 전에 프레젠테이션 한 번 더 하기로 했잖아요." 팀장의 말에 준영은 화장실로 뛰어갔다. 갑자기 메스꺼움이 밀려왔다. "죄송합니다. 갑자기 너무 아파서..." 준영은 병원에 가봤지만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 의사는 스트레스성 위염일 수 있다고 했다.


발표 당일, 준영은 결국 회사에 나가지 못했다.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며 생각했다. '내가 승진하고 싶지 않았나? 아니야, 난 정말 아픈걸. 이런 상태로는 발표도 제대로 못하잖아.'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준영은 승진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아프지만 않았어도..." 준영은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 순간, 신기하게도 아팠던 속이 거짓말처럼 괜찮아졌다.

 



중요한 발표를 앞둔 직장인이 갑자기 심한 복통을 호소하거나, 학교 폭력 피해 학생이 매일 아침 원인 모를 두통을 겪는 경우가 있다. 취업 면접을 앞두고 갑자기 목이 쉬거나, 연인과의 이별 후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는 것도 신체화의 대표적인 예시다.



존스홉킨스 의대의 연구팀은 10년간의 추적 조사를 통해 신체화 증상의 80%가 해결되지 않은 심리적 갈등과 연관되어 있다는 흥미로운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감정 표현에 서툰 사람일수록 이러한 신체화가 더 자주 발생한다는 점도 밝혀냈다.



우리의 몸은 때로 마음이 하지 못하는 말을 대신한다. 입으로는 "괜찮아"라고 말하지만, 몸은 정직하게 그 고통을 드러내는 것이다. 마치 아이가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불편함을 울음으로 표현하듯, 우리의 몸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속마음을 이야기한다.



일상에서는 더 다양한 형태로 신체화가 나타난다.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만성 어깨 통증, 인간관계의 갈등으로 인한 불면증, 미래에 대한 불안이 만들어내는 소화불량까지. 특히 코로나19 이후에는 재택근무와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심리적 스트레스가 다양한 신체 증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늘었다. 현대인들의 '만성피로'나 '원인 불명의 통증'의 상당수가 사실은 이러한 신체화의 결과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