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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장. 미성숙한 방어기제 12가지

퇴행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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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숙한 방어기제 12가지 ⑤ 



퇴행 (Regression) 


 




민수는 최근 직장에서 큰 프로젝트를 맡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다. 매일 야근에, 상사의 압박까지 더해지자 그는 점점 지쳐갔다. 그러던 어느 날, 업무가 뜻대로 풀리지 않고 상사에게 혼이 나자, 민수는 갑자기 책상에 머리를 파묻고 아무 말 없이 멍하니 있었다. 동료들이 다가와 괜찮은지 물었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집에 돌아온 민수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TV를 켰지만,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어린 시절 자주 했던 행동이 떠올랐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소파에 몸을 웅크리고 누워, 어릴 적에 했던 것처럼 배를 감싸고 있었다. 그 자세는 마치 자궁 속에 있는 태아처럼 그를 안정시켰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인간이 극심한 스트레스나 불안에 직면했을 때, 과거의 안전했던 시기로 돌아가려는 본능이 있다고 보았다. 이처럼 스트레스 상황에서 이전 발달 단계의 행동으로 되돌아가는 '퇴행' 현상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현대인들의 퇴행 행동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직장에서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를 받은 후 집에 와서 어린 시절 즐겨하던 만화를 보며 위안을 얻거나,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엄지손가락을 무의식적으로 빨기도 한다. 특히 연인 관계에서는 더욱 두드러져서, 갈등 상황에서 갑자기 애교 섞인 말투를 사용하거나 떼를 쓰는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존 볼비(John Bowlby)는 40년간의 애착 연구를 통해, 성인의 퇴행이 어린 시절의 안전 기지를 찾아가려는 무의식적 시도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임상심리학자들은 높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태아기 때처럼 몸을 웅크리고 눕거나, 어린아이처럼 울먹이는 행동이 일시적으로 불안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했다.



이러한 퇴행은 단순히 미성숙한 행동이 아니라,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자연스러운 방어기제다. 다만 이것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지속되거나 심해진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