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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장. 신경증적 방어기제 11가지

동일시 (Identification) | 신경증적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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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증적 방어기제 12가지 ⑨ 


동일시 (Identification) | 신경증적 형태 


 




수진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점점 자신의 자리에 대한 불안감을 느꼈다. 반에서 눈에 띄지 않는 아이였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큰 존재감이 없었다. 그런 자신이 답답했고, 뭔가 달라지고 싶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다 어느 날, 수진은 새로운 아이돌 그룹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무대 위에서 빛났고, 자신감에 넘치는 모습이었다.


수진은 그들의 모든 것을 모방하기 시작했다. 옷 스타일, 말투, 심지어 머리카락 색까지 따라 하며 마치 그들이 자신의 일부인 것처럼 느끼고 싶었다. 매일 그들의 공연을 보며, 자신도 그들처럼 될 수 있기를 꿈꿨다. 학교에서 수진은 그 아이돌처럼 행동하려 노력했다. "내가 그들처럼 보이면, 더 이상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내가 아니겠지." 그녀는 그들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자신을 동일시하며, 그렇게 불안감을 덜어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수진은 자신이 점점 더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걸 느꼈다. 거울을 보며 "이게 진짜 나인가?"라는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혼란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몰입함으로써 얻는 안정감은 그녀에게 위안이 되었다.

 



발달심리학자 마가렛 마러(Margaret Mahler)는 동일시가 원래 자아 발달의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과도하게 타인의 정체성에 의존할 경우 건강하지 못한 방어기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녀의 연구에 따르면, 신경증적 동일시는 종종 불안정한 자아감이나 낮은 자존감의 표현이라고 한다.



연예인의 패션과 말투를 그대로 따라하는 팬들, 좋아하는 유튜버의 콘텐츠 스타일을 완벽하게 모방하는 크리에이터들, 또는 게임 속 캐릭터의 성격을 현실에서도 연기하듯 보여주는 청소년들이 대표적인 예시다. 특히 SNS에서는 인플루언서의 라이프스타일을 그대로 복제하려 하거나, 특정 연예인의 이미지를 자신의 정체성인 것처럼 받아들이는 현상이 자주 관찰된다.



우리 주변에서도 이런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회사 신입사원이 능력 있는 상사의 말투나 제스처를 그대로 흉내 내거나, 학생들이 인기 있는 친구의 행동을 완벽하게 따라하려고 노력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드라마 속 주인공의 성격이나 행동 패턴을 자신의 것인 양 받아들이기도 한다.



이러한 신경증적 동일시는 마치 가면을 쓰는 것과 같다. 불안하거나 불확실한 자신의 모습 대신, 이상적으로 여기는 타인의 특성을 빌려 임시적인 안정감을 얻으려는 시도다. 하지만 이는 진정한 자아 발달을 방해할 수 있으며, 결국에는 더 큰 정체성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