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숙한 방어기제 12가지 ⑤
억제 (Suppression)
지훈은 대학교 4학년 졸업반이었다. 취업 시즌, 그의 마음은 복잡했다. 어제 여자친구와 크게 다퉜다. 3년 연애가 끝날 것 같은 불안감에 밤새 뒤척였다. 그런데 오늘은 중요한 면접이 있는 날이다. 거울 앞에 선 지훈.
"지금은 이걸 생각할 때가 아니야." 깊은 숨을 내쉬며 의식적으로 여자친구 생각을 안하려고 노력했다.
면접장에 들어서자 지훈은 온전히 질문에 집중했다. 면접관이 물었다. "가장 힘들었던 경험은 무엇인가요?" 순간 여자친구 생각이 스쳤지만, 지훈은 흔들리지 않고 인턴 경험을 이야기했다.
면접을 마치고 나온 지훈, 휴대폰을 꺼내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우리 만나서 얘기 좀 할까?"
억제(Suppression)는 고의적으로 불편한 생각이나 감정을 의식에서 밀어내는 것을 말한다. 이는 억압과는 달리 의식적인 과정이며, 필요할 때 다시 그 내용을 불러올 수 있다. 서랍에 물건을 넣어두는 것과 같다. 예를 들어, 시험 중에 개인적인 걱정거리를 의식적으로 밀어내고 시험에 집중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나는 어린 시절 강아지 세 마리를 키웠다. 나는 이들을 너무나 사랑했고, 그들이 하나씩 떠나갈 때마다 너무나 슬펐다. 지금 이 글을 적으면서도 그들이 떠올라 너무나 슬퍼하고 있다. 두번째 아이가 하늘로 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이를 받아들이면 큰 충격을 받을 걸 알고 억제를 사용했다. 나는 약 1년간 의식적으로 단 한 번도 두번째 아이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그리고 긴 시간이 지난 후, 그 친구를 애도하며 울었던 기억이 난다. 억압과 억제의 차이는 ‘의식하냐 못하냐’의 차이라고 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