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19년 08월 05일 | 원본
자청과 일하면서 망하지 않는 공략집 ver. 1
나와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에게 쓴 편지글이지만, 혹시나 도움이 될까 하여 공개하려 한다.
10년 넘게 사업을 해 오면서, 정말 많은 직원들을 보았다. 다들 알겠지만, 이들 중에 정말 좋지 않은 결말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나름대로 그 원인을 분석해 보았고, 현재 나와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은 진심으로 행복하고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글을 쓴다.
이 글을 쓰는 의도는 ‘직원 동기부여를 위해서’라기 보다, 과거와 같은 역사가 반복되어 내가 죄책감을 갖는 일을 미리 방지하고자 하는 바람이 더 큰 것일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일의 그릇을 키우는 법, 욕심에 의해 정신병 걸리지 않는 법, 자청을 레버리지 하는 법, 자청과 동업하는 방법, 자청에게서 독립하는 방법 등을 알 수 있다.
사실 이 글을 예전부터 쓰고 싶었지만, 성공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쓰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CEO로 취임하여 정말 일을 잘 해내는 H를 보면서, ‘내 이론이 맞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어 글을 써본다. 이 글은 자청이라는 사람을 레버리지 하는 방법, 서로 WIN-WIN 하는 방법에 대한 글이다.
좋은 길라잡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1. '일의 그릇' 론
내가 추천한 책 《부자의 그릇》이라는 책에서 나온 개념이다.
나는 25살이 되면서 동시에 동업자와 함께 월 3천만 원의 순수익을 거두는 사업을 만들었다. 하지만 29살 군대를 갈 때까지 나는 단 한 푼도 모으지 못했고, 그나마 월 순수익으로 받은 돈은 3년 평균 500만 원 남짓이었다. 4년간 사업 순수익은 월 3천만 원인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 동업자와 반을 나눠도 월 1,500만 원이었다. 나는 일의 그릇이 너무나 작았다. 회계를 몰랐고, 모든 걸 동업자에게 맡겼던 첫 번째 동업의 결과물이었다.
29살, 두 번째 동업 역시 사업을 맡겼던 사람에게 모두 빼앗겼다(상대방은 내 입장과 다르겠지만). 군대 때문에 사업을 맡길 수밖에 없었고, 역시나 돈은 한 푼도 없는 상태에서 군대를 갔다. 《부자의 그릇》이라는 책을 보고 난 뒤에 ‘사람은 자신의 그릇만큼 벌게 되고, 이에 상응하는 그릇을 키우지 않으면 결국 물이 밖으로 샌다’라는 걸 깨닫게 된다.
나는 이때 기존에 느꼈던 악에 받친, 억울한 감정이 사라졌다. 내가 그릇이 작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인정하게 되었고, 천천히 그릇을 키울 계획을 생각했다. 그중 하나가 내가 영상에서 말했던 '타이탄의 도구'를 모으는 것이었다.
그릇을 키우지 않은 상황에서의 욕심은 '정신병'을 유발한다. 내가 인생을 살면서 보아온 정신 분열 등의 증세는 선천적인 것도 있지만 '과도한 이상과 이를 따르지 못하는 능력'에서 온다고 본다.
예를 들어, 자청 채널을 본 뒤 '나는 1년 만에 자청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어. 책을 미친 듯이 보자'라고 결심한다. 하지만 게으름으로 인해 실제 노력은 하지 않게 되고, 자기암시만으로 '난 할 수 있어, 될 수 있어'라고 외친다. 일을 하면서 책도 읽어야 하지만, 책을 읽는 건 귀찮은 일이니 그냥 일만 하면서 '난 잘 하고 있어. 힘드니까 잘 하고 있는 거야'라고 자위한다.
결국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고생은 고생대로 하는데, 이상이 따라오지 않는다. 이 경우 뇌는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되고, 이게 반복되면 정신분열적 증세를 겪는다. 우리끼리 하는 말로 소위 '맛탱이 갔다'라고 표현한다.
이 증세를 겪게 되면, 과도한 스트레스 상태로 일을 하게 되니 '보상심리'가 발동한다. 본인이 한 일은 없지만 스트레스는 받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그 원인을 '일하는 직장’으로 돌리게 되는 것이다. 또한 보상 심리로 인해 본인에게 과분한 월급을 요구하거나, 욕심을 부리게 되면서 이 사람은 '더 큰 것'을 잃게 된다. 해고 및 퇴사 절차를 밟고, 다른 곳에 취직하려 하지만 기존에 받아오던 연봉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연봉을 받게 된다. 욕심이 있으니 사업도 시도하지만, 결국 실패하게 되면서 인생이 완전히 꼬여버린다.
예를 들어 보자. A라는 회사가 있고, 이 회사의 기술을 배운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불법적으로 이 기술을 도용하여 사업을 시작한다. 이때 이 사람의 그릇이 1이라면, 그 사람이 도용한 기술은 10이라고 보면 된다. 그릇이 기술을 담을 수 없으니, 그 사업은 망할 수밖에 없다. 만약 나와 함께 해온 시간이 어느 정도 된다면, 이번 사례에 대해 쉽게 그 예시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만약 A이고 창업을 하고 싶다면, 일의 그릇을 키워 아예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본인의 것을 확보할 수 있고, 진정한 본인의 그릇을 키울 수 있는 것이다. 설령 1부터 시작하여 적자가 나더라도 부딪혀야 한다. 능력은 1밖에 안되는데 10의 왕관을 쓰려고 하니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맛탱이가 가는 것이다.
맛탱이가 가기 시작하면, "이 기술은 사실 내 거였어!” 또는 “이렇게 개고생 했으니까 내가 가져도 돼!"라는 말도 안 되는 합리화가 시작되면서, 일이 일파만파 커진다. 사람의 속성은 1에서 2, 2에서 3으로 천천히 업그레이드되는 것이다. 그런데 본인의 능력을 10으로 착각하고 일을 벌이니, 1과 10 사이의 갭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정신 분열을 겪게 된다. 결국 사업은 실패하고 남 탓만 하게 되며, 이 사람은 되돌릴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이런 경우를 많이 봤다. 나는 같이 일하는 사람에게 '능력치의 120% 이상'의 보상을 주려고 노력한다. 아마 H와 Y는 알겠지만, 나는 과거에 미친 듯이 퍼주는 타입의 사람이었다. 지금도 항상 뭔가를 더 해 주려고 하고, 과도한 보상을 주려 하기 때문에 경영진들이 이를 저지하는 편이다.
사업 초기의 과도한 보상은 상대로 하여금 맛탱이가 가게 만든다. 예를 들어 본인의 일 그릇이 2천만 원인데, 대표가 4천만 원을 준다. 이 경우, 이 사람은 본인의 그릇이 ‘4천’이라고 착각을 하게 된다. 아까 말했듯이 계단을 밟아 나가듯 1에서 2로, 2에서 3으로 가야 하는데, 스스로 ‘나는 5야’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갭차이가 커진다. 이런 식으로 맛탱이가 가다가 결국 인생이 불행해지고 적은 돈조차 벌지 못하는 인생을 봐왔다. 이런 사람들을 보면 내가 그들의 인생을 망치는 데에 일조한 것 같은 마음에 강한 죄책감이 든다.
2. 결과물은 1%, 과정은 99%
나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 사업을 시작하였고, 좋은 결과를 거뒀다. 이후 아직까지는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었다. (고난은 있었지만 시도한 사업은 모두 성공)
아무래도 내가 다른 사업가에 비해 비교적 어린 편이다 보니, 자청 채널을 보면서 "아 나도 빨리!! 쉽고 빠르게 돈 벌고 싶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과정 없이 결과물을 욕심 내는 것은 '맛탱이 가기'를 셀프로 실천하는 것과 같다.
나는 23살에 대학에 들어가서, 25살까지 미친 듯이 책 읽기와 글쓰기를 하였다. 나에게는 ‘이 두 가지를 해 두면, 이후에 뭘 해도 실패하지 않는다’라는 근거 없는 믿음이 있었다. 그리고 24살 겨울에 사업을 성공하여 월 순수익 3천만 원을 얻었다. 하지만 일의 그릇이 작아 결국 29살까지 돈을 전혀 모으지 못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릇을 키우기가 절대 '쉽지 않음'을 의미한다. 나는 단 한 번의 실패도 하지 않은 사업가이면서, 유튜브 또한 마음먹은 대로 최단기간 동안 구독자 수 5만 명을 만들어 낸 사람이다. 그리고 또래의 유명 사업가 친구들을 만나면 '천재'라는 말을 듣는다. 그런 재능을 갖고 있음에도 제대로 돈을 벌기 시작한 건 무려 7년차에 접어들었을 때다.
내가 단순히 어려 보이는 것, 개인 시간이 많아 보이는 것, 또는 ‘딱히 스마트하거나 특출나지는 않은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여 이 길이 만만해 보이고 금방 이룰 수 있을 거 같다고 생각한다면 크나큰 착각이다. 내가 살면서 후회하는 일은 크게 없지만, 그나마 좀 아쉬운 것이 '나보다 뛰어난 사람 밑에서 일을 해 보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좀 더 레버리지 할 사람, 즉 나의 멘토가 있었다면 훨씬 더 빠른 길을 걸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내가 만약 25살로 돌아간다면, 나는 나의 멘토를 찾기 위해 많은 회사의 문을 두드리고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열심히 배웠을 것 같다. 그렇게 천천히 일의 그릇을 키워나갈 생각을 했을 것이다.
3. 그럼 어떻게 일의 그릇을 키우나요?
1) 프로젝트 제안 및 완성하기
2) 책읽기
만약 본인이 더 능력치를 쌓고 싶다면,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한다. 내가 자청의 직원으로 취직했음을 가정하고 '나만의 방법'을 이야기해 보려 한다.
가장 좋은 예시는 《유튜브의 신》이라는 책을 읽어보는 것이다(작가 : 대도서관). 책 자체 전체 내용이 엄청 추천할 만하진 않지만, 나에게 큰 영감을 준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 그중에 '고졸 대도서관이 중소기업 취업하여 성공하는 이야기'를 보면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상세히 나와 있다.
대도서관은 우연찮게 작은 온라인 학원 회사에 들어간다. 대도서관은 말단 알바 포지션으로 들어갔지만, 우연히 회의에 참석하게 된다. 그 후 회사에 안건이 있을 때마다 따로 공부를 해 오고, 프로젝트를 짜서 제안을 한다. 처음에 다른 직원들은 ‘이 알바는 뭔데 발언을 하지?’라고 생각했지만, 추후 대도서관은 핵심인재가 된다. 이후 대기업에 스카웃되는 스토리들이 펼쳐지는데, 개인적으로 잘 풀리는 모든 사람들은 대도서관의 경우와 유사한 흐름을 거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를 '능동성'이라고 이야기한다.
그 작은 회사에서 "코딩 할 줄 아는 사람 없나?"라고 물으면, 대도서관은 할 줄도 모르면서 자신이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미친듯이 공부하고, 그 일을 해낸다. 그리고 어떤 프로젝트가 생기면 자신이 할 수 있다고 '선언하기'를 하고, 그다음 그 프로젝트를 완성해 나간다. 이게 바로 ‘일의 그릇 키우기’의 원리이다.
나는 종종 카톡으로 지인들에게 "나 ~할래"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2년전 "나 유튜브 할래"라고 선언한 것도 프로젝트의 일종이다. 결국 프로젝트의 계획을 세우고 성취해 나가면서 일의 그릇은 커진다.
예시는 많다.
1) “블로그 변호사 프로젝트에서 '정형외과 프로젝트'는 어떠신가요? 제가 전략이랑 모든 걸 A4용지 3페이지로 요약해 오겠습니다.”
2) “이번 A회사의 심리 칼럼을 제가 20편을 한 번 제작해보려 합니다. 이 시리즈가 완성된다면 효과는 ~입니다."
3) “저에게 새로운 사업 하나를 맡겨주세요.” “지금 하는 일은 ~하면 될 것 같고, 이것에 집중했을 때 3개월 안에 ~한 결과를 낼 것 같습니다.”
클루지가 많은 사람, 혹은 그릇이 작은 사람은 이렇게 생각한다.
‘아 이 프로젝트 해봐야 회사만 배불리는 일인데, 그냥 쉽게 가자.’
당신의 '적'은 회사나 그 무엇이 아니다. 그냥 자기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라. 그러면 자동으로 회사에도 도움이 되고, 자연스럽게 주목을 받게 되며, 당신의 일 그릇은 커지게 된다.
클루지에 휩싸인 사람들은 주변 사람과 자신을 비교한다.
"아 쟤는 일 저렇게 밖에 안하는데~"
"쟤는 저거 일하고 ~하냐?"
이건 정말 지능 낮은 사람들이나 하는 말이며, 군대에서나 볼 법한 이야기이다. 남과 비교하는 것, 편해지고자 하는 것, 공평에 대한 욕구는 사람의 본능이다. 하지만 이것에 스트레스 받으며 자신의 일을 키우는 것에 방해 받지 말자. 지금 버는 돈에 연연하기 보다, 일의 그릇을 키우며 장기적인 시야를 가지고 멀리 바라보자.
이것 말고도 주말 하루 중에는 책 읽기, 평일에 30분씩 꼬박꼬박 책 읽기 등이 있다. 책 읽기는 워낙 많이 한 얘기라 패스하겠다.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신입의 경우, 1-2년 정도는 기본기를 완전히 쌓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어설픈 프로젝트를 들이밀면서 '내 팀장보다 내가 나아'라고 착각하면 그때부터 불행은 시작된다. 기획이나 신규 프로젝트 제안은 기본 업무가 마스터되면 시작하는 걸 추천한다.
4. 저도 사업을 하고 싶어요! 독립을 하고 싶어요!
일의 그릇을 키우다 보면, 정상적으로 욕심이 더 생기게 된다. 이때 '독립 제안하기'를 해 보자. 나는 이 부분에 대해 언제든 환영한다. 나도 이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섣부르게 욕심내지 말자. 만약 초보자라면 1-3번의 과정을 최소 2-3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조차 7년 넘게 시행착오를 거쳤는데, 섣부른 독립은 망하는 지름길이다. 현재 내가 퇴사를 만류했던 직원 중에 잘 풀린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나는 나와 일하는 사람이 잘되면 나도 잘 된다는 신념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내 욕심에 의해 직원의 독립을 말리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일정 수준이 되면 혼자 독립해도 된다. 만약 내 도움이 필요하다면, 「사업기획서」를 써 오자. 두 가지 방법이 있다.
1) 기존 사업 확장
2) 신규 사업 시도
뭐가 되었든, 아이디어가 좋다면 동의할 것이다. 그리고 만약 내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거나, 혹은 내 지적재산권을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 '지분’을 요구할 것이다. 나의 요구를 당연히 거절할 수 있다. 나는 다만 합리적으로 제안하는 것일 뿐, 이게 마음에 들지 않으면 거절하고 독립하면 그만이다.
나를 레버리지 하고, 내 투자가 필요하다면 요청하자. 그게 서로 윈윈하는 길이다.
참고로 오해의 여지가 있을 수 있으니 한마디 덧붙이자면, 이 글은 ‘이직’에 대한 반대 글은 아니다. 회사와 성향이 맞지 않다면 당연히 이직을 해야 한다. 그런 경우가 있다면, 나는 오히려 잘 되었다고 말하며 헤어질 시점에는 항상 축하와 함께 선물을 주곤 했다. 위에 언급한 내용들은 '직원으로서 나와 함께 일을 하는 경우’에 한하여 참고하면 된다.
마무리하며 -
내가 생각하는 인생이란 '비슷한 성향의 사람끼리 친구가 되어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비슷한 성향의 사람끼리 모여 웃고 떠들고 맥주도 마시고,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으며 행복한 기억을 만들어가는 유토피아를 꿈꾼다.
같이 성장하고,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친구가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 오늘 글이 인생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