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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버린 심리학 노트

헌신과 저자세의 차이에 관하여 (계란말이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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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신과 저자세의 차이에 관하여 (계란말이 이론) 




'저자세의 행동을 하지 말라'는 말을 '상대를 좋아하지 않는 척 해라'고 잘못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상대를 이성으로서 자격 박탈을 하고, 남자나 여자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수위로 주도권 관리를 해야 할 때는 '사귀기 전'과 '이별 후'에만 한정된다. 사귀는 동안의 자격박탈은 득보다 실이 크다. 


(인간 관계 역시 마찬가지이다. 상대방이 나에게 해를 가하지 않았는데, 무턱대고 자존심을 부리면 관계가 단절되는 위험성이 생긴다)



순간적으로 끌리는 마음은 크게 높이겠으나, 결국엔 상대방의 입장에선 미래를 함께하고자 상상해봤을 때 불행해질 것이라고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글로 써 놓으면 너무나 간단한 이치를, 내담자들 중 상위 10%들도 끝없이 실수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남을 것이다.




'도대체 헌신과 저자세를 구분하는 기준이 뭔데?'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한 아버지를 미워하게 된 아들의 심리 상담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한 아버지가 심리상담소를 찾았다. 아들과의 관계가 안 좋은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상담사는 아버지가 참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다. 늘 아들을 위해 요리를 하고, 같이 시간을 보내려 하고, 진지하게 고민을 들어주려는 선한 사람이라 느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던걸까.



2회차엔 아들과 아버지가 함께 방문했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정중했으나 무언가 불편해보였다. 아버지가 편안하게 얘기해보라고 해도 좀처럼 아들은 입을 열지 않았다. 상담사는 '아버지에게 무언가 말 못할 불편함이 있다'고 느껴 아버지를 배제하고 아들과 개인적인 상담 일정을 잡았다.



3회차 상담에서, 상담사는 자신의 상담기법을 총동원하여, 1시간 동안의 상담 끝에 아버지의 문제를 알아낼 수 있었다. 문제는 의외로 매우 간단한 부분에 있었다.



이 아버지는 매우 가난한 삶을 살았다. 어린 시절 늘 '계란'이 부의 상징이라 느꼈다. 성장하여 돈을 벌고 결혼을 했을 때, '아이에게는 정말 계란만은 부족함 없이 먹게 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안타깝게도, 아들은 계란에 알러지가 있었다. 어머니의 유전적 영향 때문이었다. 아들은 계란을 먹을 때마다 불쾌함과 부담을 느꼈지만, 아버지에게 죄책감이 있어 말하지 못했다. 상담사에게 말하지 못한 것 역시 이 때문이었다. 



이것이 몇 년간 반복되어, 아들은 아버지를 볼 때마다 표정이 굳고 화가 났다. 아버지에게 간접적으로 계란을 먹고 싶지 않다는 티를 냈지만, 아버지는 눈치채지 못했다.


그럴수록 오히려 더 '아들과의 관계를 회복해야 겠다. 이걸 먹으면 좋아할 거야' 하면서 자신만의 사랑을 표현했다. 아버지의 입장에선 최고의 사랑을 베푸는 행위가, 아들을 불쾌하게 만드는 꼴이 된 것이다.



즉, 아버지가 아들을 사랑해서 한 행동이, 결과적으로 아들을 불쾌하게 만든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남도 좋아할거야' 라는 무의식적 행동이 모든 관계를 망치는 첫걸음이 된다.





직접 말하지 못한 아들이 답답해 보였는가? 꾸역꾸역 해주는 아버지가 이상해보였는가? 놀랍게도 연애에서 저자세 행동을 하는 내담자와 상대방의 행동 패턴이 이와 닮아있다. '헌신'과 '저자세'를 구분짓는 기준은 '상대가 원할 때 잘해주는가' 이다. 



만약, 상대방이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고 말하는데 '내가 너의 감정을 보살펴주겠다!'고 끝없이 옆에 있고자 한다면? 이는 저자세이다.



같은 상황이라도 상대방이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마음을 회복하고 싶다면? 옆에 있어주는 행동이 헌신으로 작용하여 신뢰감을 높일 수 있다.



물론 그 때 그 때 상대의 마음을 귀신처럼 읽어낼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상대가 원할 때 잘 해준다' 라는 공식을 세우고 나면 이 규칙을 모르는 일반인들에 비해 훨씬 연애를 잘 유지하게 된다. 상대의 마음을 읽는 능력은 연애를 반복하면서 조금씩 직관력, 추리력을 키워나가면 된다.



너무 간단하다고? 2011년부터 수없이 되풀이 해 온 조언이었는데, 상위 10%들도 이 간단한 조언을 적용하지 않아 헤어지는 케이스가 너무나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