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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버린 심리학 노트

호흡곤란에 걸린 친구의 심리를 해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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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곤란에 걸린 친구의 심리를 해결하다 




한 친구가 죽을 것 같다며 나에게 상담을 요청해왔다. 


먼저 상황 파악을 위해, 어떤 상황 또는 증상인지를 물었다.


친구와 대화를 시작했다.





친구 |  "아니... 숨 쉬기가 너무 힘들어. 진짜 정신과, 내과 다 가도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나오거든?"



손수현 |  "정확히 언제부터 증상이 시작됐는데?"



친구 |  "이제 한 달 정도 됐어. 근데 이거 어디가서 얘기해도 도저히 공감을 못하더라고."



손수현 |  "나만큼 부정적인 상상 잘 하는 사람 없어. 나 정신과 약 14알 먹잖아. 나한테는 말해도 돼. 무조건 공감 가능할거야."





친구는 잠시 침을 삼키고 할 말을 고르는 듯 해 보였다. 그리고 친구가 이야기했다.




친구 |  "호흡을 의식하게 돼."



손수현 |  "그러니까 내가 지금 숨을 쉬고 있다는 걸 머리로 계속 생각하게 된다는거지?"



친구 |  "응, 맞아. 근데 그러기 시작하니까 언제 어느 타이밍에 숨을 들이쉬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계산하게 되고 미칠 것 같아."



손수현 |  "일단 정말 미안한데, 한 마디 해도 될까?"





친구는 긴장하는 듯 보였다. 나는 말을 이어갔다.





손수현 |  "그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겪는 감정이야. 탭댄서의 실수라는 일화가 하나 있어."



친구 |  "그게 뭔데?"



손수현 |  "쉽게 얘기해서 춤 실력이 위대한 어떤 한 댄서가 있어. 그 댄서가 춤을 출 때, 내가 발을 어디로 딛는지, 팔을 어떻게 움직이는지 계속 생각하기 시작하면 실수를 한다는거야."



친구 |  "그런 비유까지 있는 걸 보면 그럼 생각보다 이런 증상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는거네?"



손수현 |  "당연하지. 뭐, 일반적인 건 아니지만 너 혼자만 그런 증상 겪고 인생의 모든 무게를 질 필요는 없단거야."





일단 대부분 이런 고민들은 '나처럼 살아가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라는 감정 때문에 악순환의 고리가 된다. 세상에 자신과 같은 사람이 있다는 것 만으로 내담자는 어느 정도 공감 받는 기분과 함께 마음의 힘이 키워진다. 친구는 한결 표정이 밝아진 듯 했다. 하지만 곧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친구가 말을 이어 나갔다.





친구 |  "근데, 그럼 평생 이렇게 살아야 돼?"



손수현 |  "뭔소리. 일단 두 가지 근거로 너는 무조건 회복할 수 있어.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회복 안돼도 복받은거야."



친구 |  "내가 복 받았다고? 농담도 정도껏 해 수현아. 제발. 나 심각하다고."



손수현 |  "내가 언제 상담할 때 농담한 적 있냐? 그냥 하나 얘기해볼게. 너 지금 나랑 이 얘기 하는 동안 엄청 자연스럽게 숨 쉬었어."






친구는 뭔가 망치로 머리를 얻어 맞은듯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내가 이 진단을 함으로써 다시 헉헉대기 시작했지만. 일단 이 말을 통하여 상대방의 증상이 '24시간 반복되지는 않는다' 라는 작은 균열을 내는 것이다. 가끔씩이더라도 자연스러운 호흡이 가능하다는 걸 머릿속에 각인 시킴으로써, 그가 받는 고통을 경감시킨다.






손수현 |  "그리고 두 번째, 너는 복 받은거야."



친구 |  "뭔데?"



손수현 |  "심호흡이란 말 알지? 그게 호흡을 의식적으로 깊게 들이 마시고 뱉는 과정이거든?"



친구 |  "응 당연히 알지. 긴장될 때마다 심호흡하라고 많이들 그러잖아."



손수현 |  "바보야, 넌 그 심호흡을 남들보다 훨씬 더 자주 하고 있잖아. 그게 건강에 얼마나 이로운 행동인데. 야, 더 헉헉대. 숨 깊게 들이 마시고 뱉어. 나도 그런 버릇 있으면 좋겠다. 오늘부터 해봐야겠어"






친구는 많은 걸 깨달은 듯 했다. 친구는 '그런 생각은 못 해봤다' 고 이야기하며 기쁨의 표정을 지었다. 친구에게 일종의 간접 최면 같은 걸 거는 과정이었지만, 팩트 기반이었다. 친구는 곧 고민을 잊어버린듯이 나와의 술자리에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물론 가끔 증상이 찾아오긴 했지만, 한결 마음이 편해보였다.



'집착을 버려라' 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런 말을 듣는 사람들은 오히려 '집착' 이란 개념이 머릿속에 계속 떠오르게 된다. 마치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코끼리를 떠올리는 것처럼. 그래서 나는 '집착을 버리려는 집착을 버려라' 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훨씬 더 효과적으로 걱정을 줄이게 된다. 친구가 '호흡곤란' 이라고 생각하는 부정적인 것을 '심호흡' 이란 긍정적인 것으로 전환시켜준 것 뿐이다. 결국 '호흡곤란 증세를 버리려는' 집착이 사라짐으로써 오히려 그것에 대한 생각이 줄어든다.



얼마 뒤, 그 친구를 다시 만났을 때 친구는 그 고민을 했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린 듯 했다. 당연한 일이다. 인간의 호흡은 무의식적으로 이뤄지도록 설계되어 있으니까. 스스로의 걱정과 스트레스가 이를 일시적으로 불안정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이 외에도 '글을 쓰는 게 너무나 무섭다' 라고 상담한 친구도 있었다. 이 친구는 '차라리 말을 시키면 하겠는데, 남들이 보는 공간에 영원히 남는 글을 쓰는 게 너무 무섭다. 영원히 사람들이 내 글을 보고 왈가왈부 할 수 있지 않느냐' 라고 질문했다.



내가 이 질문에는 어떤 답을 했는지, 어떤 심리학적 기법들을 활용했는지는 통찰력 있는 예비 심리학자들이 알아서 분석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