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 읽었다면 당신은 ‘내가 좋아하는 여자들이 줄줄이 나를 외면하는 지긋지긋한 일’을 떨쳐버리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한 상태일 것이다. 그런 당신에게 충격적인 사실 하나를 알려줄까 한다. 지금까지 당신의 썸, 짝사랑이 줄줄이 실패했다면 당신은 매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당신에게 호감을 가진 여자들의 신호를 알아채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알맹이 없는 위로를 하는 것이 아니다. 앞서 얘기했다시피 나는 ‘자신감을 가져라’라는 헛소리를 혐오한다. 2가지 근거가 있다.
우선, 사람들은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되는 일에 애쓰지 않는다. 수지가 예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남자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수지를 열렬히 짝사랑하진 않는다. 나랑 사귈 수준 자체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귀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이다. 한 번은 호기롭게 들이대 볼 수 있다. 하지만 당신이 여러 번 실패의 쓴 잔을 들이켰다면, 당신은 충분히 나를 좋아할 만한 가능성이 있는 여자들에게만 호감을 느낀다는 뜻이다. 주제도 모르고 눈이 높은 것과는 거리가 멀다.
두번째는 더욱 놀랍다. 말했다시피 나는 지금까지1만 건이 넘는 연애 상담을 해왔다. 그 중 여성의 비율은 57% 정도였으니, 나는 6천 명 가까운 여자들의 연애사를 관찰한 셈이다. 나에게 상담을 받은 여자 내담자 10명 중 7명은 ‘남자가 왜 내가 자기한테 호감이 있다는 걸 모르지?’라는 이유로 답답해 한 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여자들은 기본적으로 남자들에 비해 자존심이 강하다. ‘성격이 더럽다’라는 뜻이 아니라 ‘만만해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강하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자들은 속마음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보다 간접적인 신호를 보낸 후 남자가 알아봐주기를 바란다.
따라서 여자들이 당신에게 호감이 있다는 증거를 보는 눈이 없다면, 당신은 평생 삽질만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 지루하더라도, 이 파트를 집중해서 반복해서 읽어둘 필요가 있다.
여자가 보이는 관심의 ‘직접 증거’
여자가 보이는 관심의 1 대 1 상황에서의 ‘직접 증거’ 는 이해하기 쉽다. 좋아한다고 직접 말하거나, 우리 무슨 사이냐거나, 여자가 먼저 스킨십을 해 온다거나, 선톡이 2-3차례 먼저 온다거나 하는 것이다. 이 때는 뒷 내용들을 거의 다 건너뛰고 고백으로 직행해도 실패 확률이 3% 가 채 안될 것이다.
이건 사실 너무 당연한 것이라서 따로 공부할 내용도 아니다. 그러나, 여자가 보이는 관심의 ‘직접 증거’ 파트에서 주의해야 할 곳은 따로 있다. 바로 ‘다수의 상황’에서 드러나는 직접 증거 상황이다. 이 때는 약간은 위험한 경우가 있다. 구체적으로 예시를 보며 설명하겠다.
나의 과거 일화를 하나 소개하겠다. 상담사가 되기 전의 일이었다. 지금처럼 이론에 대한 이해도도 없고 업그레이드가 되기 전 한 모임에 우연히 참석하게 되었다. 참여한 남자들 중 정말 누가 봐도 잘생겼다고 얘기할 만큼 외모적으로 뛰어난 사람이 있었다. 키와 몸매도 가히 탑클래스였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여자들이 이 남자에게는 조금의 말도 걸지 않고, 나와만 말을 섞는 게 아닌가? 심지어 그중에는 모임에서 가장 뛰어난 외모를 가진 여자도 한 명 있었다. 쉽게 말하여 ‘다수의 상황(모임)’에서 나에게만 여자들의 직접 증거가 계속 드러난 것이다. 나는 다소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어쨌든 기분은 최고조로 그날 모임을 마쳤다.
그리고 몇 주가 지났다. 그 사이에 그 잘생긴 남자와 개인적으로 친해지게 되었다. 그 후 충격적인 사실을 듣게 되었다. 나에게 가장 많이 말을 걸었던 외모적으로 가장 뛰어난 그 여자가 바로 그 당일에 이 남자에게 개인톡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둘이 사귀게 되었다는 것 아닌가?
나는 이때 알게 되었다. 다수가 모이는 상황에서 여자들이 보이는 관심은 ‘예의상일 경우’가 꽤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여자 스스로가 자신과 비교했을 때 너무나 객관적 가치가 높은 남자가 있으면 사실 뇌에서 그 사람을 연애 대상으로서 차단해버리기 때문에, 자존심이 상하기 때문에 그나마 레벨이 비슷한 나에게 말을 걸었던 것이다.
물론 이것으로 좌절할 필요는 없다. 위에서도 밝혔듯이 너무나 레벨 차이가 많이 나는 남자는 일단 그 여자에게 빠질 확률도 낮으며, 그 여자 역시 연애 감정 자체를 잘 느끼지 못한다. 쉽게 말해서 오를만한 나무에 오르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략만 잘 세운다면 역전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종종 다수의 모임에서 ‘직접 증거가 나왔다!’ 고 섣불리 생각하며 집단 쪼개기를 하지 않고 바로 고백으로 직행하는 마음 급한 사람들을 위해 얘기한다. 아직 시작조차 안 했다. 반드시 스텝을 천천히 밟아야 한다.
여자가 보이는 관심의 ‘간접 증거’
사실상 우리가 가장 눈여겨 외워야 할 포인트다. 여태껏 배워왔듯이 여자들은 평균적으로 남자에 비해 자존심이 강하여, 정말 마음에 들어도 먼저 고백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본능적으로는 당신에게 끌리기 때문에, 본인도 모르게 몇 가지 ‘관심이 있다는 단서’를 남기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서 잘 알아두자.
a. 여자가 개방형 대화를 이끎
개방형 대화라니? 뭔가 말이 어렵다. 그냥 쉽게 풀이하자면 ‘대화가 서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상태’를 뜻한다. 더욱 확실하게 말하자면, 남자가 대화를 종결했는데 여자가 더 이어가는 상태다.
바로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보자.
[ 남자 ] 너 MBTI 뭐야?
[ 여자 ] 나 뭘 것 같아? 맞춰봐
[ 남자 ] 음... 처음에 E는 확실한데. 딱 봐도 사람들 좋아하고 외향적이니까 (종결)
[ 여자 ] (웃으면서) 맞아. 너는 뭔데? (역질문)
[ 남자 ] 나도 맞춰보라고 해야겠지만 너랑 잘 통하는 걸 보면 나도 E겠지?
[ 여자 ] 근데 그거 엄청 정확한 건 맞아? 나는 검사 결과할 때마다 바뀌던데 (역질문)
[ 남자 ] 나도 그래 (확실한 종결)
[ 여자 ] 그리고 뭔가 사람을 유형으로 분류하는 게 약간 거부감도 들고 (말을 이어감)
다음과 같은 흐름인 것이다. 위의 예시에서 남자는 꽤 많이 대화를 종결하였다. 그런데도 여자가 나름대로 질문을 이어가고 대화를 이끌어가고 있다. 만약 남자에 대한 이성적인 호기심이 없었다면 여자 역시 금세 흥미를 잃고 대화를 끝내고 어색한 분위기가 이어져야 한다.
물론 이 증거 하나만으로는 간접 증거라 확신하긴 어렵다. 소개팅의 경우 예의상, 또는 리액션 자체를 타고난 여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래의 간접 증거들이 모두 나올 경우 이는 확실한 증거가 된다.
또한, ‘대화가 끊어졌다’ 고 해서 어색해하지 말고 그냥 편하게 대화를 주도하라. 어차피 당신은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려고 이 책을 구매했다. 말이 끊어진다고 ‘간접 증거도 없구나’ 하고 좌절한다면 게임은 끝난다.
나라면 ‘어차피 장기전이고 결국은 나한테 빠지게 될 거야’라는 마음가짐으로, 그 어색한 상황에서도 대화할 거리를 찾아내어 계속 말을 이어갈 것이다. 여자란 생각보다 첫눈에 반하지는 않는 존재다. 천천히 점수를 따면 그만이다.
b. 당신에 대한 비판 - ‘넌 여자친구 마음 힘들게 할 거 같아’
이것은 정말 강력한 간접 증거다. 위에서 제시한 대사와 세트로 늘 따라오는 말들이 있다.
“너는 심심할 때 그냥 아무 여자한테나 막 연락해?”
“딱 봐도 너는 여자친구가 왜 실망했을지 보여. 전 여친이 고생했겠네”
이와 같은 발언을 듣는다면, ‘거의 게임 끝났다’라고 생각해도 좋다.
쉽게 생각해보자. 만약 당신이 매력 없고 착하기만 한 여자친구와 대화를 나눈다고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당신은 상대방 여자에게 비난과 공격을 하겠는가? 아닐 것이다. 오히려 미안해하고, 조금이라도 잘해주려고 노력할 것이다. 죄책감을 덜기 위해서다.
반대로 여자 역시 마찬가지다. 자존심이 극단적으로 강하지 않는 이상, 여자들은 무매력의 남자에게 디스를 잘 하지 않는다. 그런데 ‘여자친구 마음 힘들게 할 것 같다’는 말을 풀이하면 결국 ‘너랑 사귀고 싶긴 한데 그러면 내가 힘들 거 같아. 그러니까 좀 더 잘해줘’라는 말이다.
당연히 이 때는 “그렇게 말하니까 조금 섭섭하다”라고 웃으면서 받아치고 “그런데 어떤 포인트에서 그렇게 느꼈는지는 이해했어. 앞으로 좀 더 조심할게”라고 남자 역시 섭섭하다는 것 + 여자의 자존심을 풀어주는 말을 함으로써 안전한 대처를 하면 된다.
c. 당신에 대한 극복 가능한 허들 세우기 - ‘난 진짜 진심 아니면 안 받아’
여자어 해석을 하자면, ‘나는 쉽게 네가 얻을 수 있는 여자로 보이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한 발 떨어져서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조금도 남자로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진심’을 명분으로 공격을 하겠는가? 결국 여자 역시 어느 정도 매력은 느끼지만 뭔지 모를 위험성을 느낄 때 ‘조금 더 너의 패를 보여줘. 진심이 필요해’라는 말을 돌려하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아예 매력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고 이성으로 보이지도 않는 사람이라면, 이 여자는 ‘당신이 극복할 수 없는 허들’을 세울 것이다. 예를 들어 당신의 키가 163이라면 170 미만은 남자로 보이지 않는다고 얘기할 것이다. 정말 예의 없고 짜증 나는 말이지만, 좌절할 건 없다.
제일 앞에서 ‘예선 탈락이라는 착각’에서 우린 이미 배웠다. 이런 말 하나하나에 휘둘리지 말고 스텝을 천천히 밟아나가면 된다고. 9년 상담을 하면서 여자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 중에 하나가 ‘그 남자가 처음엔 제 스타일이 아니었는데 너무 빠져버렸습니다’였다.
d. 명분을 내세운 선톡
제일 첫 파트에서 우리는 ‘여자가 보내는 신호 캐치 실패’라는 구절을 배웠다. 여자에게는 선톡이 매우 어려운 일이다. 남자를 좋아해서 연락하고 싶은 마음과, 자존심을 지키라는 뇌의 명령이 서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먼저 연락이 온다는 건? 그냥 두 말 할 것 없이 좋은 간접 증거라 보면 된다. 물론 여자는 명분을 제시할 것이다. ‘그때 얘기했던 것’ ‘회사 일’ ‘생각해보니까 네가 했던 말’ 등등 다양할 것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그걸 굳이 나한테 다시 얘기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결론은 하나다. 결국 관심이 있기 때문에 선톡도 온다는 뜻이다.
e. 미세한 스킨십
남자들은 본능상 자신보다 다소 부족하더라도 스킨십이 가능하게끔 프로그래밍이 되어 있다. 그러나 여자는 그렇지 않다. 반드시 이 남자에게 어떤 이끌림을 느껴야 스킨십이 가능하다. 하지만 자존심상 이것을 먼저 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 보니 아주 미세하게 스킨십을 시도한다. 다음과 같은 행동들을 하는 것이다.
첫째, 테이블을 마주 보고 앉았을 때 의자를 당겨 앉음으로써 가까워지려 함
둘째, 화장실을 간다고 하면서 일어났을 때 가볍게 당신의 어깨를 터치하고 감
셋째, 향수 냄새가 좋다고 말하면서 손목을 잡고 향을 맡으려 함
넷째, (가끔 나오는 예) 스킨십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함
다섯째, 당신이 그 사람의 옆의 자리로 옮길 때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음
모두 당신에게 남자로서의 이끌림을 느꼈을 때 나오는 행동들이다. 나온다면, 거의 100% 당신에게 이성적으로 적어도 ‘합격’이라는 마음을 가졌다고 봐도 무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