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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상품을 만드는 사람

품평회 준비 | 사전 원가 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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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평회 준비 | 사전 원가 계산 




누군가 저에게 너는 MD로 살면서 가장 긴장되고 부담스러운 순간이 언제였냐고 묻는다면, 첫째는 품평회요, 둘째도 품평회요, 셋째도 품평회라...



그만큼 품평회는 중요하고 부담스러운 행사입니다.



물론 자신의 디자인에 대하여 공개적으로 평가받아야 하는 디자이너만큼은 아닐 수도 있지만 MD 역시 품평회 며칠 전부터 초긴장 상태에 접어들고 전날 밤쯤에는 스트레스의 임계치에 다다르게 마련입니다. 더군다나 괴팍하고 까칠한 디자인 실장이나 MD 팀장 휘하의 직원들이라면 본인 스트레스에 부서장 스트레스가 곱해져서 품평회 전날 밤 책상에 사직서를 올려놓고 내일 나오지 말까 하는 진지한 고민에 빠지게 되죠.



수십수백 매장 점주들이 모여 호텔 연회장에서 하는 품평회부터 사업부 내 인원들끼리만 골방에 모여 하는 품평회까지 크고 작은 품평회만 수십 차례 해봤지만 아무 문제없이 평온하게 흘러간 적은 정말이지 단 한 번도 없었을 정도로 날카로운 질문이 터지고, 때로는 첨예한 대립이 일어나는 자리가 바로 품평회 자리입니다.



그런데 그런 자리에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간다는 건 관우, 장비라도 해서는 안 될 짓이겠죠. 품평회 준비가 되지 않은 MD는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기 딱 좋은 대상이 될 뿐이고 설사 그 자리에서는 별일 없이 지나간다 해도 이미 윗사람들 마음속에선 난도질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걸 다 떠나서 스스로 벌거벗고 길바닥에 서 있는 기분이 들 것입니다. 그러니 옷 입고 나가세요.




꼭 알고 들어가야 할 4가지


그럼, 품평회를 맞는 MD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물론 행사 자체를 위한 준비도 중요하지만 여기서는 다루지 않겠습니다. 어차피 회사마다, 브랜드마다 어느 정도 정해진 틀이 있고 그때그때 달라지는 부분도 많기 때문에 팀장님, 실장님과 잘 준비하면 됩니다.



하지만 어느 회사 어느 브랜드라도 반드시해야 하는 준비가 있으니 바로 내 상품에 대하여 확실하게 아는 것입니다. 누가 툭 치면 줄줄 읊을 정도로 알고 있으면 최고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적어도 상품의 판매가, 원가, 소재와 TPO 까지는 알고 들어가야 합니다.



전체적인 구성은 앞서 속성과 TPO에 따른 아이템별 구성안을 잡았으니 알고 있을 테지만 품평회에 참석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르기 때문에 친절하게 다시 설명해 줄 수 있도록 외우고 들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이 부분에서 막힌다면 그건 좀 곤란합니다. 실제로 저 부분에서 막히는 MD들이 생각보다 많은데 보통 본인이 직접 구성안을 작성하지 않고 팀장이 내려주거나 디자이너가 넘겨주는 경우가 그러하니 구성안은 내가 직접 짜는 것이 이래저래 좋습니다. 내가 만든 것이라면 저기서 막힐 일은 없을 테니까요.




원가 파악의 중요성


판매가와 원가는 서로 연동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원가를 파악하면 판매가 역시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원가에 따라 판매가가 정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원가를 파악하면 적정한 판매가를 산정할 수 있고, 누군가 판매가에 이견을 제시했을 때 대응할 수 있지만 그러한 베이스가 없으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겠죠.




대리점주 이 재킷은 판매가가 얼마예요?


담당 MD : 네, 55만 원 예정입니다.


대리점주 : 엥? 왜 이렇게 비싸요?


담당 MD : 이 스타일은 이태리 수입소재를 사용해서 소량만 생산하기 때문에 원가가 조금 많이 올라갔지만 디자인이 차별화돼서 마니아층에는 반응이 좋을 거예요. 소재 인증 택과 라벨도 제공되니 매장에서 응대하시기 어렵지 않을 겁니다.


대리점주 : 아, 네. 이게 유명한 소재인가 봐요.


사업부장 : 이 재킷은 얼마에 팔 거야?


담당 MD : 네, 55만 원 예정입니다.


사업부장 : 그 가격에 팔 수 있겠어?


담당 MD:  이 스타일은 마니아 층을 타깃으로 이태리 A사의 XX 소재를 사용해서 100장만 생산할 예정입니다. 원단가가 30유로이고 국내에서소량 생산하는 관계로 원가가 16만 5천 원 정도 예상되어 배수는 3 배수 정도로 낮게 나오지만, 우리 브랜드 VIP 고객 대상으로 개별적으로 프로모션 하면 판매율 60%는 가능하리라고 봅니다. A사의 인증 택과 라벨도 제공되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품 출시 전에 매장 공지하여 판매 로스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사업부장 : 그래, 원가는 최대한 세이브할 방법 찾아보고 매장 교육 확실하게해서 팔아봐.

 



이 MD는 이 재킷의 소재와 원가에 대한 확실한 이해가 있었기 때문에 매장이나 회사 내부의 질문에 막힘없이 답할 수 있었습니다. 



사전 원가 계산은 이래서 중요합니다.



해외여행을 가는데 숙소와 항공료 계산도 해보지 않고 출발하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요? 수조 원의 자산가라면 몰라도 저렇게는 하지 않을 겁니다. 



회삿돈이 내 돈은 아니지만 최소한 저 정도의 계산은 하고 시작하는 것이 월급 받고 일하는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도리겠죠.



바쁘다는 핑계로 사전 원가 계산을 제대로 해보지 않거나 협력업체에서 제출하는 사전 원가계산서에 의지하는 MD들이 의외로 많은데 이는 정말로 잘못된 태도입니다.



사전 원가를 계산하기 이전 단계에 원부자재에 대한 정리가 되어있고 혼자서 수백 스타일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면, 사전 원가 계산은 집중해서 하면 하루 이틀 안에 끝낼 수 있는 업무입니다. 



원가를 확정하는 단계가 아니라 가이드를 정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오차는 감안할 수 있으므로 바쁘다고 미루지 마십시오.



협력업체의 사전 원가계산서에 의지하는 버릇은 더더욱 버리기 바랍니다. 



협력업체 담당자는 나 같은 MD를 적게는 너댓 명에서 많게는 열 명 넘게 상대해야 하는 사람이라 나보다 더 바쁠 수밖에 없습니다. 종일 여기저기 다니면서 사람 만나다가 오후 늦게 사무실에 들어가 내가 원하는 사전 원가를 내가 원하는 날짜에 정확하게 피드백해주기를 기대하기에는 그들도 나와 같은 월급쟁이일 뿐이죠.



괜히 상처받고 미워하지 말고 하루 이틀 집중해서 스스로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나의 성장과 정신건강에도 이로울 것입니다.





사전 원가 계산


사전 원가 계산을 위해서는 원부자재와 생산지역, 그리고 봉제료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대략적인 진행 수량에 대한 계획이 서 있어야 합니다.



원단에 대한 정보 중 원단가와 원단의 폭(가용폭), 그리고 MOQ와 MCQ는 필수적입니다. 



전체 원가에서 원단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소 30% 이상이죠. 그러므로 정확한 원단가를 바탕으로 요척 계산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원단가는 MOQ(Minimum Order Quantity)와 MCQ(Minimum Color Quantity)의 영향을 받고, 요척은 원단의 가용폭에 영향을 받게 되므로 반드시 정확한 파악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MOQ와 MCQ를 따져 보려면 진행 수량이 나와 있어야 하므로 이 모든 업무는 연동되는 것이고 결국은 큰 그림이 그려져 있어야 가능합니다.



요척은 원단 가용폭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므로 반드시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같은 디자인이라도 42인치 원단과 56인치 원단에 따른 소요량은 하늘과 땅 차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원단 정보는 내가 필요한 항목들을 기재한 양식을 만들어서 원단업체에 일괄 메일로 문의해서 받으면 편합니다. 보통 1주일 이내에는 회신이 오기 때문에 소재가 결정되고 바로 요청하면 시간도 충분할 것입니다.



부자재의 대부분은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상용 부자재로 리스트 정리만 잘 되어있다면 새로 개발된 부자재나 시즌마다 가격이 변동되는 것들(다운 같은 충전재나 라쿤, 폭스와 같은 트리밍 종류)에 대한 단가 정리만 하면 됩니다. 



간혹 디자이너가 시장 부자재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단가 확인과 함께 물성에 대한 테스트도 반드시 해야 합니다. 기껏 비싼 수입소재로 공들여 만든 상품이 시장 부자재에서 물이 빠져 폐기되는 사태는 미연에 방지해야겠죠.



자재에 대한 원가 산정 후에는 봉제료와 운송비에 대한 계산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봉제료와 운송비는 생산국가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국내인지, 베트남인지, 중국인지 미리 결정해야 합니다.



봉제료는 제품의 사양뿐만 아니라 수량에 의해서도 결정되므로 앞서 말한 생산 수량의 영향을 받는데 아주 특이한 사양이 아니라면 대개 수량에 따른 봉제료 가이드라인이 있을 것입니이다. 그러한 가이드를 데이터화 해놓으면 사전 원가 계산에 상당히 유용하고 크게 벗어날 일도 없습니다.



생산국가에 따른 관세와 통관비 역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놔야 합니다. 특히 관세는 지역과 아이템에 따라 차이가 크고 때로는 봉제료 이상으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케이스도 발생하기 때문에 데이터화 한 후에 수시로 업데이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MD의 품평회 준비는 사전 원가 계산이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성가시고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업무이지만 원가 구조를 모르는 MD가 돼서는 곤란하지 않을까요?



여행을 다녀온 후에 정산을 해보면 처음 세운 계획에서 벗어나기 마련이지만 출발하기 전에는 항공료와 숙박비를 이리저리 비교해가며 꼼꼼하게 따져보듯, 상품을 만들어가는 과정도 그런 마음으로 시작해 보시기 바랍니다.





❉ Check Point


 1. 품평회는 한 시즌 농사를 좌우하는 중요한 행사이므로 품평회 참석 전에는 해당 아이템에 대한 확실한 파악이 중요합니다. 


 2. MD에게 있어 품평회 준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사전원가 계산입니다. 원가는 판매가와 판매 전략 수립의 출발점이기 때문에 반드시 직접 계산해봐야 합니다.  


 3. 사전원가 계산에 필요한 원부자재 단가와 봉제료 및 관세에 대한 자료는 미리 준비해서 시간에 쫓기지 않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