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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플랜을 세우는 사람

시즌 기획 플랜 | 아이템별 상품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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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기획 플랜 | 아이템별 상품 구성 




아이템별 생산 계획이 세워졌으면 이제 구체적인 상품 구성을 해 볼 차례입니다.



온라인 전용 브랜드나 어떤 특정한 아이템에 특화된 브랜드의 MD가 아니라면 상품 구성은 판매뿐만 아니라 매장의 전체적인 구성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온라인에서만 전개되거나 특정 아이템에 특화된 브랜드라면 판매가 잘 되는 상품으로만 구성하면 되겠지만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경우에는 매장을 판매가 잘 되는 스타일 몇 개만으로 채울 수는 없기 때문에 다양한 스타일의 구성이 필요한 것이죠.



그렇다면, 상품 구성은 어떤 식으로 해야 할까요? 정답은 없지만 제 경험상 실패 확률을 가장 낮출 수 있는 방법은 속성에 따른 구성과 TPO에 따른 세분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속성에 따른 구성


아이템은 몇 가지 기준에 따른 속성으로 분류가 가능하고 흔히 이러한 활동을 '그룹핑'이라고 합니다. 

세상에 없던 아주 급진적인 디자인이 아닌 이상 대부분 그룹핑의 범주에 들어가며 이 그룹핑 내에서 다시 세분화 작업을 하면 상품 구성이 완성됩니다.





 

아이템은 크게 형태에 따라 분류할 수 있고, 디자인 속성과 소재에 따라서도 구분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팬츠를 속성별로 구분한다면 형태에 따른 분류는 슬림핏, 조거 핏, 부츠컷 등의 핏이 될 것입니다. 디자인 속성에 따라서는 솔리드, 프린트물, 카고 등으로 나눌 수 있고 소재에 따라서는 면, 폴리, 나일론 등으로 구분할 수 있겠죠.



위의 표는 제가 실제로 사용했던 아이템 분류표의 일부인데 이런 식으로 속성별로 분류하여 시즌 내내 판매를 분석하고 다음 시즌 기획에 여러모로 활용하기 편리했습니다.



핏 별로 판매가 분석되기 때문에 다음 시즌에 어떤 핏의 비중을 늘리고 줄일지 결정할 때 기반 데이터로 참고할 수 있었고, 그 안에서 어떤 디자인에 집중할지, 소재는 어떤 것을 사용하는 것이 좋을지 등을 결정하는 데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시즌에 슬림핏 솔리드 디자인의 화섬 소재 팬츠의 판매가 좋았다면 그 비중을 늘리고 부츠컷 패턴물 화섬 소재의 판매가 부진했다면 그 비중을 줄이는 식으로 속성별 상품의 구성 비중을 조절해서 아래와 같은 구성안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속성에 따른 아이템 구성을 하고 담당 디자이너와 커뮤니케이션하여 각각의 스타일을 구체화시켜 구성안을 작성하고, 그를 토대로 디자인 작업에 들어가면 아이템별 상품 구성이 마무리됩니다.





TPO에 따른 세분화


그런데 이렇게만 하면 될까요?



속성별 구성을 한 후에 개별 스타일을 구체화할 때도 어떤 기준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러한 기준이 없다면 너무 막연하기도 하고 자칫 디자이너나 MD의 개인적인 취향이나 욕심이 과도하게 들어간 목적 없는 스타일이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 TPO, 즉 시간(Time), 장소(Place), 상황(Occasion)에 따른 세분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 근무했던 F사의 D 브랜드에서는 론칭 때부터 한동안 외부 품평회를 하지 않고 사옥 맨 꼭대기 층의 대표님 회의실에서 내부 품평회를 했었는데 하루 종일 대표님과 담당 MD 간에 설왕설래와 열띤 토론이 오고 간 것은 아니고...



일방적인 질의응답 또는 심문과 변호의 시간이 길고도 길게 흘렀는데, 그때 대표님이 항상 하시던 질문이 그때 이후 제가 MD로서 일하는데 가장 먼저 생각하는 부분이 되었습니다. 




대표님 :  (망에 걸린 재킷 샘플을 지그시 바라보며) 그래서 이건 누가 언제 입을 건데?


담당자 :  (겨드랑이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끼며) 네, 이 스타일은 범용적으로 두루 착장 가능한...


대표님 :  (담당자의 말을 매몰차게 끊으며 기백이 넘치는 목소리로 포효하듯)야! 이 멍충아!!


담당자 :  .....


대표님 : 이걸 누가 언제 어디서 뭐 할 때 입을 건지 생각을 해야지!! 니가 두루 입을 거라고 머릿속으로만 생각한다고 사람들이 그렇게 입어줄것 같냐?

 



그 당시엔 너무나도 힘들었지만 그때의 트레이닝이 저에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가르침이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항상 머릿속으로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에 입을지를 그리면서 구성안을 작성하는 습관을 들였죠.



40대 아저씨가 산에 갈 때 입을 티셔츠, 30대 직장인 여성이 출근할 때 입을 바지 같은 식으로 말입니다. 이렇게 하다 보니 적어도 목적 없는 스타일들은 걸러내는 능력을 지니게 되었으니, 그분이 옳았습니다.



MD가 뚜렷한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기획을 해도 시장에 그대로 받아들여져 기대했던 결과물이 나올 확률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하물며 그런 고민 없이 그저 속성대로 분류하고 디자인만 예쁘게 해서 내놓았을 때의 결과는 안 봐도 뻔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MD의 시즌 기획 플랜과 상품 구성안은 급하게 나올 수도 없고 그렇게 나와서도 안 됩니다. 시장조사와 우리 브랜드의 지난 판매에 대한 분석은 기본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정확한 분류와 확실한 의도를 바탕으로 정밀하게 설계해야 하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MD가 하는 업무의 전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일인데 업무량에 치여서, 또는 타성에 젖어서 지난 시즌의 CTRL+C, CTRL+V 수준으로 작성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이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다 이해합니다.



바빠서 그렇다는 것도 알고 내가 아무리 고민해서 작성해도 내 의도대로 나오지 않는 일을 수차례 겪고 나니 의욕이 떨어져 그렇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내가 머리 싸매고 고민해서 기획한 상품이 잘 진행되어 의도했던 결과가 딱 나왔을 때의 그 짜릿함도 느껴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게라도 내 노력에 대한 보상을 조금이라도 받아야 덜 지치지 않을까 싶습니다.



힘들겠지만 조금만 더 고민하십시오. 

여러분은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자부심 갖고 힘 내세요.





❉ Check Point


 1. 아이템별 상품 구성은 속성별 분류에 따른 그룹핑에서 시작합니다. 


 2. 형태, 디자인, 소재 등의 기준에 따른 그룹핑 자료는 판매 분석과 상품 구성에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으니 시즌별로 만들어 놓는 것이 좋습니다. 


 3. 속성별 그룹핑을 통해 각 그룹별 스타일 수를 결정하고 TPO에 따른 세분화 과정을 통해 각각의 스타일을 구체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