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하는 효도는 자위일 뿐이다
당신은 보이지 않는 고무줄에 묶여 있다. 악인의 삶으로 전진하려고 할 때마다 그 고무줄은 당신을 잡아 끌어 평범한 삶으로 복귀시킨다. 당신의 ‘야망’을 ‘그릇된 욕심’으로, ‘창의성’을 ‘허황된 망상’으로, ‘합리적 개인주의’를 ‘비윤리적 이기주의’로 왜곡시킨다. 이 고무줄은 워낙 튼튼해서 늘 당신의 능력이 절반 정도 밖에 발휘하지 못하게 만들어버린다.
다시, 분노일기를 쓰던 외로운 2년의 시기로 돌아가보자. 내 안에는 달성하지 못한 욕망에 대한 분노가 차곡차곡 쌓여갔다. 그놈의 돈부터 타인의 인정과 존경 그리고 내면의 자아실현…. 하루빨리 이 모든 것을 손에 쥐어야 했다. 한시가 급했다. 책을 읽고, 무료 강의를 찾아 듣고, 미친 듯이 달리고, 번아웃이 올 때마다 마음을 다잡고 분노일기를 썼다. 그러나 나는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마음속의 불편함을 지울 수 없었다. 눈앞의 욕망을 받아들였지만 여전히 일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바로 ‘보이지 않는 고무줄’ 때문이었다. 그 고무줄은 다름 아닌 나의 가족이었다.
누군가에겐 아주 불편하겠지만 이쯤에서 이 말을 꼭 해야만 하겠다.
나는 인간의 앞길을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 ‘부모’라고 생각한다.
악인은 자유로워야 한다. 누군가에게 저당을 잡혀 살아서는 안 된다. 자신의 판단과 소신을 방해하는 요소가 있다면 뭐든지 날려버려야 한다는 뜻이다. 그것이 설령 부모일지라도 말이다.
나는 외국어고등학교라는, 소위 상위권 학생들이 모여 있는 학교를 다녔다. 지능이 뛰어나진 않았다. 당시 입학제에 따라 중학교마다 상위권 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인원이 골고루 배정 되어 있었고 그 지역에서 공부를 못하기로 유명한 중학교를 다녔던 나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성적에도 외고에 진학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