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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서재

[체험판] 악인론

'내가 얘보단 잘살겠지'의 주인공이 대표가 됐다니 이상할 수밖에

북마크(메모)




프롤로그


‘내가 얘보단 잘살겠지’의 주인공이

대표가 됐다니 이상할 수밖에




10년 전의 나는

학사 경고를 세 번이나 받아 대학교에서 제적되었다.



10년 전의 나는

하나둘 사회로 진출하는 친구들을 그저 바라만 보며 축하만 건네던 존재감 없는 사람이었다.



10년 전의 나는

서서히 소원해지는 친구들에게 매달리듯 연락하며 애써 만든 술자리로 내일을 잊으며 살던 루저였다.



10년 전의 나는

부모님과의 지옥 같은 전쟁 끝에 결국 아버지에게 지독한 간경화를 선사한 불효자였다.



10년 전의 나는

한겨울에 가스 요금을 낼 돈이 없어서 수면 양말을 네 겹이나 신은 채 덜덜 떨며 잠들었던 빈털터리였다.



10년 전의 나는

고통 없이 단숨에 죽는 버튼이 있다면 그 위에서 탭댄스를 추고 싶다고 날마다 생각하는 정신병자였다.



10년 전의 나는

열등감에서 비롯한 지독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결국 조울증 진단을 받아 하루에 열네 알이 넘는 향정신성 의약품을 섭취하는 약물 의존증 환자였다.





내 인생은 정신병자라는 기분 나쁜 타이틀과 함께 끝이 보이지 않는 계곡 아래로 추락하는 듯했다. 하지만 10년 전 열패감에 찌들어 있던 내가 상상한 나의 모습과, 오늘 내가 실제로 누리고 있는 삶의 모습은 완전히 다르다.



오늘의 나는 아침에 스마트폰을 켜며 내가 쓴 29만 원짜리 전자책이 지난밤에 열여섯 건 판매되었다는 문자를 확인하며 눈을 뜬다. 오늘의 나는 법인 기업 대표로서 똑똑하고 매력적인 직원들에게 밝은 인사를 받으며 일과를 시작한다. 오늘의 나는 일주일에 하루만 출근하는데도 내 통장에는 매달 3500만 원이 자는 동안에도 입금된다. 오늘의 나는 비즈니스석을 타고 여행을 다니며 공항 프리미엄 전용 라운지에서 책을 쓴다. 오늘의 나는 그 어떤 사소한 인연조차 없었던 동창들에게 사업과 성공을 주제로 유료 강의를 해줄 수 있겠느냐는 연락을 하루걸러 받는다. 오늘의 나는 아버지에게 중형 벤츠를 선물하며 과거 내가 저질렀던 불효 때문에 발병한 아버지의 간경화를 단숨에 치료했다. 오늘의 나는 문득 차가 없어 출퇴근하기가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어 다음 날 별다른 고민 없이 포르쉐를 계약했다.



잠시 혼자만의 생각에 잠긴 나를 누군가가 불렀다. “대표님, 직원들 다 모였습니다.” 도산대로 한복판에 위치한 회사 사무실 의 자동문이 열렸다. 처음 보는 직원이 나를 강연장으로 안내했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또 새로운 직원이 들어온 것 같다. 내가 입사할 때만 해도 직원이 네 명에 불과했던 회사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이제 모든 직원들의 얼굴을 외우기가 어려워졌다. 29만 원짜리 초고가 PDF 전자책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사내에서의 내 입지는 크게 달라졌다. 그 결과 ‘가장 빠르게 경제적 자유를 얻는 법’을 주제로 직원들 앞에서 강연을 하게 되었고, 지금 내 앞에는 며칠 전에 입사한 인턴까지 수많은 직원들이 노트북을 켠 채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다.


죽음이 코앞에 닥치면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간다고 들 하던가? 단상 위로 올라가는 고작 몇 발자국 동안 지난 10년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에 펼쳐졌다. 이제야 당당히 마주 볼 수 있게 된 오랜 절친들은 내게 종종 “인생이 묘하게 잘 풀렸다”라고 이야기한다. 맞는 말이다. 어떻게 이런 기적 같은 일들이 내게 벌어졌을까?


오래전부터 궁금했다. 왜 어떤 사람은 그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며 사는데 그럭저럭 평범한 삶을 살다 죽고, 왜 어떤 사람은 같은 노력을 하지만 그 누구보다 특별한 상위 1퍼센트의 삶을 누리게 되는 걸까? 나는 지금까지 7000명이 넘는 사람들을 상담했다. 그들 중에는 변호사, 의사 같은 전문직은 물론이고, 일용직 근로자, 아르바이트생, 백수 등 다양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다채로운 삶의 양상은 딱 두 가지로 분류되었다.


하나, 악인의 삶을 사는 그룹.

둘, 악인이 아닌 삶을 사는 그룹.

나는 상담자로서 그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들여다보며 무엇이 악인과 악인이 아닌 삶을 가르는지 그 차이점을 더욱 입체적으로 확인했고, 내가 직접 경험한 것과 깨달은 것에 더해서 ‘인생을 주인으로 사는 법’에 관해 『악인론』이라는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다.


책을 좀 읽어본 독자라면 벌써 피로감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참 재수 없는 도입부라고 생각했는가?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나는 당신이 나의 이런 꼴도 보기 싫은 뻔뻔한 자랑으로 자극받기를 바란다. 이 책을 읽을 모든 사람이 나처럼 ‘솔직한 악인’이 되기를 바란다. 입으로는 인생의 목표는 돈이 아니라고 외치면서도 눈으로는 지나가는 외제차를 흘깃거리며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는 인생 따윈 이제 집어치워라. 돈을 원한다! 인기를 원한다! 권력을 원한다! 이렇게 솔직해져라. 착한 사람 코스프레 따윈 집어던지고, 자신의 뻔뻔스러운 욕망을 인정하는 것이 ‘악인’의 시작이다.


나는 이 책에서 ‘악인처럼 살라’는 메시지를 던질 것이다. 아마 조금 혼란스러울 테다. 이 책에서 정의하는 악인이란 다음과 같다.


· ‘당신은 당신의 인생을 사세요. 나는 내 인생을 살 테니’라고 뻔뻔하게 말하는 사람.

· 그 때문에 일시적으로 사람들에게 손가락질받더라도 비난을 기꺼이 감수하는 사람.

· 결국 ‘닥치고 성공’을 이루어 누구에게도 지배받지 않는 삶을 사는 사람.

‘뭔가 쿨한데? 역시 빌런이 최고지. 한 번뿐인 인생 내 멋대로 살아봐라, 이거지?’ 이렇게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분위기를 깨서 미안하지만 악인은 이런 단순한 결심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미리 경고하겠다. ‘악인의 삶’을 택한 당신은 불특정 다수에게 아무런 이유 없이 욕을 먹을 것이며, 당신의 이름은 늘 타인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것이다. 만약 당신이 어떤 도전을 하다 실패라도 하면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이렇게 말하며 자위할 것이다. “역시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해! 저 관종 결국 망할 줄 알았다!”


크고 작은 성공을 거두더라도 좋은 소리는 들리지 않을 것이다. “쟤는 진짜 운이 좋아서 성공한 것뿐이야!” 당신의 천재성을 알아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열등감을 유발해 인간관계는 좁아질 것이며 이따금 ‘내가 정말로 그렇게 모난 사람인가?’ 하는 의심에 사로잡히기도 할 것이다. 인간 본성상 어쩔 수 없이 피어오르는 죄책감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도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단점은 딱 거기까지다. ‘악인의 삶’은 당신에게 중장기적으로 극한 쾌락이 반복되는 다음과 같은 삶을 선물할 것이다.


· ‘이 사람에겐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라고 느끼며 당신을 존경할 당신만의 추종자들이 생길 삶.

· 당신에게 불만을 가졌던 사람들조차 당신의 ‘성공’ 경험을 염탐하며 입 다물게 만들 삶.

· 당신에게 상처를 주며 떠나간 사람들이 결국은 다시 당신을 찾게 될 삶.

​· 소수에겐 ‘재수 없는 인간’으로, 다수에겐 ‘파격적인 인간’으로 기억 될 삶.

나는 이 책에서 악인의 삶의 태도와 악인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매우 구체적으로 다룰 것이다. 특히 방법에 관한 파트에는 실천으로 옮겨야 하는 시간제한도 설정했다. 실천 목록은 지금 당장 실천해야 할 것, 1주일 안에 실천해야 할 것, 3개월 안에 실천해야 할 것, 6개월 이상의 준비 끝에 실천해야 할 것으로 분류했다.


단언컨대 아무리 좋은 방법론도 실천하지 않는다면 쓰레기가 될 뿐이다. 시간제한이 있어야 행동하게 된다. 이 점을 잊지 말고 책장을 넘기기 바란다.


당신은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그리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이 책을 읽고 나에게 어떤 평가를 하든 나는 상관하지 않는다. 나는 이미 악인으로서 세상의 비평과 비난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고 그 어떤 스트레스도 받지 않는다. 악인은 세상 그 누구에게도 평가받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정의로운 삶’이나 ‘윤리적인 삶’ 뭐 이런 것들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불쏘시개만도 못할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당신이 한 번이라도 이 책을 집어 들고 내가 솔직하게 고백한 내 지난 과거를 편견 없이 대면해 준다면 나는 그것만으로도 만족할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이 책이 당신의 삶을 둘러싸고 있던 좁은 세계를 끝장내고 그 안에 새로운 싹을 돋게 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2023년 2월  
손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