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자이가르닉 때문에 미치겠네
“하..”
“왜? 무슨 일 있어?”
“아니 내가.. 어제.. 하 아니다.”
“아 뭔데 그냥 말해 빨리!!”
상대방이 말하려다가 말면, 미치도록 궁금했던 경험 한 번쯤 있지 않으신가요? 이 현상은 처음 발견한 학자 ‘자이가르닉’의 이름을 따서 ‘자이가르닉 효과’라고 부릅니다. 인간이 미해결 과제에 더 집착하는 현상입니다. 앞의 상황은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자이가르닉 효과의 사례입니다. 친구가 이미 말을 시작했기 때문에 우리 머릿속에서 과제가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친구가 말을 끊어서 과제가 중단된 것이죠. 만약 무슨 일 있냐고 물어봤을 때 친구가 아니라고 하거나, 나중에 말해준다고 하면 그렇게 궁금해지지 않았을 겁니다.
자이가르닉 효과는 왜 일어나는 것일까요? 쉽게 말해서, 왜 인간은 해결되지 않은 문제에 더 집착할까요? 오늘은 이 원인을 신경화학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신경화학이라고 해서 너무 겁먹으실 필요 없습니다.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건지 살펴본다는 의미입니다. 중학생 수준만 된다면, 충분히 이해하실 수 있는 내용이에요.
먼저, 18일차에서 소개했던 도파민이 다시 등장합니다. 그 글에서는 도파민이 긍정적인 감정과 함께 만들어진다고 했었죠. 하지만 도파민의 역할은 그게 전부가 아니에요. 도파민은 보상과 동기부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질입니다. 도파민이 나오면 기분이 좋아지는 동시에, 동기부여에도 작용됩니다. 예를 들어, 공들인 프로젝트를 완수하거나, 마라톤을 완주했을 때 느낀 뿌듯함을 생각해보세요. 이 뿌듯함과 쾌감도 뇌에서 도파민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뇌는 이렇게 과제를 마쳤을 때, 도파민이 나와서 기분이 좋아진 경험을 기억하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에게 과제가 주어졌을 때 뇌는 명령을 내립니다. “이 과제를 해결하면 도파민이 나올 거야. 그럼 넌 기분이 좋아질 거라고! 빨리 과제를 해결해!” 그래서 뇌는 과제를 완료하기 위해 동기부여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요.
이렇게 뇌는 도파민 시스템으로 동기부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과제 수행이 중단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도파민 시스템은 여전히 보상을 기대하며 동기부여 상태를 유지합니다. 그래서 작업 완료의 보상을 얻기 전까지 작업에 대한 기억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두 번째는 ‘스트레스’입니다. 우리 뇌는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오면 ‘코르티솔’이라는 물질을 만듭니다. 해결되지 않은 과제는 불완전한 상태를 제공합니다. 인간은 불완전한 상태에서 스트레스를 느낄 수 있습니다. 즉, 미해결 과제는 코르티솔을 만들어냅니다.
18일차 글에 소개한 개념이 또 나오는데요, 바로 ‘해마’입니다. 스쳐갈 기억을 오래 남는 기억으로 바꿔주는 역할이라고 했죠? 도파민과 코르티솔의 분비는 해마를 활발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미해결 과제는 시간이 지나도 계속 신경 쓰이기 마련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전두엽의 작용입니다. 뇌 전체 부분에서 앞부분, 그러니까 이마 쪽에 있는 뇌를 ‘전두엽’으로 구분합니다. 전두엽은 계획 수립, 문제 해결, 목표 지향적 행동을 조절합니다. 우리에게 문제가 주어지면 해결할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죠. 그래서 미해결 과제는 전두엽을 자극하여 작업 완료를 위해 집중과 계획을 유지하게 합니다.
지금까지 이야기 한 자이가르닉 효과가 나타나는 경로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미해결 과제→도파민, 코르티솔 생성→해마 활성화→계속 신경 쓰임
미해결 과제→전두엽 자극→집중과 계획 상태 유지→계속 신경 쓰임
저는 특히 자이가르닉 효과가 심하게 나타나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저에게 말을 하다 말면 다른 일을 할 때도 계속 생각납니다. 또 약속이 있어 하던 일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나가면 나가서도 계속 그 일을 생각합니다. 나쁘게 보면 집착이 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좋게 이용하면 과제에 몰입해서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겠죠.
저는 실제로 자이가르닉 효과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약속 등으로 나가야 할 일이 있을 때 일부러 나가기 전에 다 마무리하지 못할 과제를 시작합니다. 그러면 나가기 전에 최대한 많이 진행시키려는 생각에 효율이 극대화되곤 합니다. 그리고 극도로 몰입하다가 중단시키고 나가면 그 일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합니다. 친구와 대화 중 문득 떠오른 해결책이 프로젝트의 큰 전환점이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 방법의 단점은 상대방한테 나와서 딴 생각하냐고 핀잔을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어쨌든 이렇게 내가 언제 효율이 극대화되는지 알고 있는 것은 일할 때 매우 도움이 됩니다. 꼭 자이가르닉 효과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여러분도 내가 어떤 심리적 효과에 잘 빠지는지 파악하고 이를 내게 이로운 방향으로 이용해보시길 바랍니다.
자이가르닉 효과를 이렇게 더 과학적으로 쉽게
풀어서 설명 할 수 있군요! 한 수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