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공부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끼다
1차로 예정된 영어면접은 일본인 HR과의 전화 영어면접이었다. 이 회사는 아시아 지역 전체에 폰 스크리닝(Phone Screening: 외국계 기업의 HR 채용 담당자가 이력서를 보면서 지원자에 대해 파악하는 인터뷰의 일종)을 일본인이 모두 담당하고 있었다. 드디어 필자 인생에서 첫 외국인과의 전화 영어면접일이 왔다.
필자는 몇 일 동안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영어로 작성하여 인쇄를 해놓았고 일본인 담당자가 영어로 질문하면 미리 작성하고 출력해 놓은 예상질문에 대한 답변을 보면서 그대로 읽을 계획이었다.
문제는 긴장과 떨림이 멈추지를 않았다. 전화를 통해 영어로 대화해야한다는 것이 오직 목소리에만 의지해야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평소 때 영어공부를 전혀 하지 않은 필자에게는 너무나 큰 부담이었다.
예정된 시간이 되자 필자의 핸드폰으로 전화가 걸려왔고 필자는 전화를 받고서도 우선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자 잠시 몇 초의 침묵이 흐른 뒤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Hello?”
믿을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Hello” 이 말 한마디에 멘붕이 왔다. 사전에 영어 답변을 열심히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한 경험 자체가 없다 보니 “Hello”라는 말 한마디에 머리 속이 하얗게 돼 버렸다.
간신히 “Hello”라고 답변을 하고 귀를 기울이니 필자의 소개를 부탁했고 지원한 이력서 내용을 참고하여 여러질문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필자가 깨달은 것은 외국계 기업 전화면접에서 중요한 것은 본인 이력서에 대한 꼼꼼한 숙지이고 예상질문에 대한 답변을 참고할 것이 아니라 이력서를 출력해서 보면서 대답을 해야하는 것이었다.
이와 같이 기본적인 것조차 모르고 인터넷에서 떠돌아 다니는 영어인터뷰 단골 질문에 대한 답변만 준비해 놓았으니 전쟁터에 총을 놓고 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필자의 등에는 식은 땀이 나 있었고 그 일본인 HR 질문에 대해 필자는 겨우 “I am sorry... I am sorry...”만 하고 있었다.
나중에는 일본인 담당자가 필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아주 천천히 단어 하나하나 끊어가면서 설명하며 질문을 했는데도 필자가 너무 긴장한 탓에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고 응답도 할 수가 없었다. 필자가 준비한 영어 답변도 일본인 HR이 질문한 내용과 맞지도 않았고 질문을 찾는데 시간이 걸려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면접 상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결국 제대로 된 대답을 하나도 하지 못한 채 일본인 HR과의 전화 영어면접은 허망하게 끝이 났다.
이틀 뒤에 헤드헌터로부터 예상대로 탈락했다는 소식을 받게 되었고 필자에게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면접 본 회사의 피드백을 메일로 전달해 주었는데 이렇게 작성되어 있었다.
“He could not explain clearly and it is impossible for him to speak in English.”
이 피드백을 확인하는 순간 필자는 내가 과연 앞으로도 영어면접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그런데 다시 보니 이건 실패가 아니라 필자에게 소중한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통해 필자는 전화를 통해 영어로 대화하기 위해서는 리스닝(Listening)이 매우 중요하고 스피킹(Speaking)을 할 때에는 내 생각을 정리해서 말할 정도의 최소한의 영어실력은 반드시 갖춰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에는 영어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었으나 이렇게 실패의 경험을 해 봄으로써 스스로 얼마나 부족했는지 체감해볼 수 있었다. 이 계기를 통해 필자는 외국계 기업에 취업을 하기 위한 영어 공부를 시작하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이러한 실패의 경험이 필자가 포기해버리는 것이 아닌 오히려 필자의 목표 달성을 위한 불씨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