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도 요리처럼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기
깻잎 논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깻잎 논쟁이란? 연인과 그 연인이 다 아는 친구인 여자 A가 같이 식사를 하는데, A가 여러 겹의 깻잎에서 한 장만 떼지 못하고 낑낑대는 걸 도와주려고 남자는 깻잎을 잡아주었다. 이게 여친이 화낼 일인가?에 대한 논쟁이다.)
사람들의 반응은 갈린다.
- ‘왜 남의 깻잎을 잡아주냐?’는 의견과,
- '그럴 수도 있지’라는 의견이다.
하나의 주제에 여러 의견이 대립하는 상황은 일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하나의 주제에도 서로 상반되는 주장을 펼치는 책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업가가 집필한 책들을 찾아보면 상반된 주장이 있다.
- A형 : ‘분노’를 원동력으로 실행하라! (노르에피네프린, 할 수 밖에 없는 위기감을 만드는 것, 선언하기 등)
- B형 : ‘이미 다 가졌다는 긍정적 감정을 원동력’을 바탕으로 실행하라! (도파민, 끌어당김의 법칙 등)
왼쪽/오른쪽, 반대/찬성, 부정/긍정, 과거/미래, 경쟁/협력…
서로 반대의 의미를 갖는 개념들은 무수히 많다. 하지만, 이 대립은 ‘갈등’을 매개로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좋고 나쁨, 옳고 그름 등 ‘가치 판단’이라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게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어느 한쪽의 입장에 속하게 되면, 갈등이 생긴다. ‘깻잎 정도는 떼 줄 수 있지’와, ‘다른 사람 깻잎을 왜 떼 줘?’라는 다소 가볍게 여겨지는 갈등. ‘친일파’와 ‘독립운동가’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의 갈등. ‘협력’을 꿈꾸지만 ‘경쟁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며 내적 갈등을 겪는 순간 등 서로 대립되는 ‘어떤 방향성’이 곳곳에 존재한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시각을 받아들이고,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좋을까?
나는 <미움 받을 용기>에서 ‘협력’이라는 가치를 배우게 되면서 ‘모든 사람은 친구다’라는 가치관을 가슴 깊이 새기고 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상 속에서 ‘경쟁’이라고 인식되는 순간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스스로를 달래기 위해 힘을 써야했다. ‘경쟁’이 존재한다는 것을 부정하며, 세상을 어떻게든 ‘협력’으로 바라보려 했던 것이다.
축구를 생각해보자. 축구는 11대 11, 팀 vs 팀으로 서로 상대편의 골대에 공을 차 넣어야 하는 ‘경쟁’ 스포츠이다. 동시에, 11명이 하나의 팀이 되어 협동해야 하는 ‘협력’ 스포츠이기도 하다.
팀 내에서는 분명 ‘협력’을 해야 한다. 하지만, 팀원들을 ‘경쟁자’로만 바라보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어떻게든 ‘내가 괜찮은 실력을 갖고 있고, 1인분 이상을 하고 있다’를 증명하기 위해 공을 차게 된다. 즉, 팀원들의 인정을 갈망하며, 팀의 승리보다 ‘나의 증명’이 더 우선시 되는 상황이 펼쳐진다. 이 상황에서 나의 주요 관심사는 ‘나’밖에 보이지 않는다.
반대로, ‘내가 어디에 위치하면 팀에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을 경기 내내 갖고 있다면, 팀을 위한 플레이가 가능해진다. 주변에 동료들이 어디 있는지, ‘방금 전력질주 했던 팀원은 힘들테니 내가 뛰는 게 낫겠다’는 생각들이 가능해진다. 이 순간들이 반복되다 보면, 팀원들의 인정은 알아서 따라올 수 있다. 긍정적인 피드백은 또 다시 여유로운 마음가짐을 도우며, 순수하게 협력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하지만, 현실은 단순하지 않다. 팀 내에서 ‘협력’을 중요시 하면서도, ‘주전 경쟁’이 존재한다. 타인을 챙기기 이전에 ‘나부터 살고 봐야’ 할 상황을 계속 마주하는 것이다. 우등생과 열등생이 나뉘고, 성적 순으로 등수를 나누고, 수능 점수를 통해 대학 라인을 나누는 등의 인식이 좋든 싫든 존재한다.
여러 직장인들을 만나다 보면, ‘직장 내에서 인정 받고 싶은 욕구’로 인해 심리적인 갈등을 겪는 분들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협력 관계인줄 알았던 동료가 공로를 가로채려 한다’거나, ‘주니어이긴 하지만, 중요한 역할을 맡아 협력에 필요한 1인분 하는 존재가 되고 싶다’ 등의 내용이다. 즉, 경쟁력이 뛰어난 사람이 되고 싶은 동시에, 팀원들과 협력하는 사람으로 자리매김 하고 싶은 것이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 살아야 하는 걸까?
사실, 하나의 시각이 더 존재한다. 바로, ‘관찰자’의 시각이다. 이 시각에서는 ‘가치 판단’을 하지 않고, 더 멀리 떨어져 ‘관찰’하는 것이 전부다. 갈등을 내려다 보는 입장이기에, 가장 여유롭고, 조용하며, 둘의 시각을 전부 고려할 수 있게 되는 관점이다. 어떤 부분이 편향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순간, 오히려 둘을 조화롭게 활용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경쟁과 협력 그 어느 하나에도 치우치지 않고, ‘이런 입장에서는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겠다’라는 생각 모두를 바라본다. 이때, 마음의 여유가 생겨나며, 둘 다 조화로운 방식으로 취하는 흐름을 만들 수 있게 된다.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도파민에만 집중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환경 설정을 통해 단기간 폭발력에 활용하는 데에 도움된다는 다른 사람의 시각을 듣고는 둘을 조합하는 것이 베스트 활용 방법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이처럼, 여러 책을 읽고, 강의를 듣고, 경험을 이어가다 보면, 스스로가 ‘편향’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이 ‘알아차림’의 순간은 다시금 ‘로직’을 재구성할 때가 되었음을 알리는 신호다. 이 과정 끝에 탄생하는 ‘로직’은 A책의 관점, B책의 관점 외에도 여러분 본인만의 관점까지 첨가된 새로운 레시피가 탄생한다.
책은 정보를 심도 있게 전달하는 좋은 수단이지만, 시중에는 편향된 주장이 담긴 책도 분명 존재한다. 기억하자. ‘맥락’을 설계하는 주도권은 ‘나’에게 있음을. 우리는 자신만의 레시피를 ‘나의 상황과 방향을 고려했을 때 최선인 것’을 선택하고, 맥락을 구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