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의 인간이 가진, '챗바퀴 본능 회귀 이론'

고민의 시간이 긴 미션이었다. 처음 미션글을 읽은지 벌써 3일이나 지났다. 그렇다고 생각나지 않는 걸 메꾸기 위해 뻔한 내용을 적기는 싫었다. 틈 날 때 마다 이 주제에 대해 고민한 결과, 어느정도 만족할 만한 답을 찾은 듯 하다.

삶의 문제를 떠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내가 완벽한 삶을 살고 있다고 느끼는 나르시시스트여서가 아니다.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이미 내가 충분히 열심히 살고 있다고 인정하는데, 또 문제를 찾아야한다는 것이 싫었다. 하지만 문제를 찾고 고쳐나가는 과정에서 삶은 한 단계 나아가기 때문에 고민을 시작했다. 

3일간 고민한 결과, 인생의 한 가지 아이러니는 발견했다. ‘결국 사람은 똑같은 일상을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든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불평한 적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학생은 매일 반복되는 학교, 직장인은 매일 똑같은 업무에 불평한다. 마치 챗바퀴를 돌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 것이다. 

내가 발견한 사실은, 사람들이 불평하는 이유는 그 일들의 ‘반복’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즉, 챗바퀴 처럼 매일 똑같은게 싫은게 아니라, 그냥 그 일이 싫었던 것이다. 사실 내 직장이, 학교가 내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 결론은 나의 삶에서 나온 결론이다. 

올해의 나의 일상은 틈만 나면, 아니 틈을 내서라도 책을 읽고, 글을 쓰거나, 깊이 사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건 분명, 이전의 챗바퀴 같은 일상에서 벗어난 삶이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나는 스스로 챗바퀴에 들어와 있었다. 매일 책 읽고, 글 쓰고, 생각하는 것의 반복도, 그토록 내가 싫어했던 반복되고 지루한 일상이었다. 

하지만 놀라운 건, 내가 좋아하는 일들이 가득한 챗바퀴를 굴리는 것은 행복하며, 결코 질리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즉, 일상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었지만, 어떤 일이 반복 되는가에 따라 삶의 만족도는 10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결국 인생의 행복은 주체성을 가질 때 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누군가 짜준 일상이 반복되는게 아니라, 자신이 사랑하는 일의 반복이 이루어질 때, 삶은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반복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일상이 평화롭게 오늘도 내일도 반복될 수 있음은 감사해야 할 일이다. 

우리에겐 그래서 삶의 주체성이 필요하다. 매일 내가 사랑하는 일을 반복할 수 있다는 그 믿음이 삶을 아름답게 한다.  다만 내가 한 가지 더 갖추고 싶은 것은 ‘예측 불가능성’이다.

이제 일상은 내가 사랑하는 일들로 채우게 되었다. 하지만 오직 그 일들만 하며 살아가는 건 어쩌면 지금의 삶에 안주하게 하는 것일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반복할 수 있는 소중한 일상을 지키되, 예측 불가능한 도전도 함께 가지기로 하였다. 일상의 반복되는 부분에 예상 불가능한 일을 더해야겠다. 

해보지 않은 일을 하고, 결과는 어찌 될 지 모르지만 새로운 프로젝트에 도전해봐야겠다. 그 작은 시작으로, 내일은 외출할 때 지도를 사용하지 않아야겠다. 언제 올 지 모르는 버스를 기다려보며, 처음 보는 사람에게 길을 물어보며, 반복되던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아야겠다. 그리고 낯선 일의 두려움과 약간의 설렘으로, 살아있음을 느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