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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6. 4단계 폰트 정하기

폰트를 사용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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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트를 사용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




하나, ‘본문용 폰트’와 ‘제목용 폰트’를 구분한다

폰트는 크게 한글 폰트와 영문 폰트로 나뉜다고 말씀드렸죠? 하지만 이는 단순 구분일 뿐이고 이밖에도 구분법은 많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폰트는 어디에서도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하도록 출시가 되지만, 일부 폰트는 제목이나 카피 등 상대적으로 자어수가 적은 영역에만 적합하도록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이를 ‘제목용 폰트’라고 부르죠.




 




       위의 폰트는 ‘배달의민족 한나는 열한살’라는 폰트입니다. 배달의민족이 무료로 배포한 폰트죠. 발랄하면서도 각진 모양이 굉장히 강렬해서 많이 사용되지만, 이를 만약 본문에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요?




 



       너무 과하다는 느낌이 들죠? 최근 여기저기서 다양한 폰트들이 무료로 배포되고 있습니다. 배달의민족을 비롯해서 소위 ‘힙한’ 기업들이 여러 폰트를 개발해 배포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웹에서 볼 때는 그런 폰트들이 신선하고 멋져 보여서 덜컥 본문 폰트로 적용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적으면 수십 쪽, 많으면 수백 쪽 이어지는 본문의 활자는 무엇보다도 독자의 입장에서 가독성에 가장 적합한 폰트여야 합니다. 따라서 대개의 경우 본문 폰트는 HWP에서 기본 제공하는 ‘바탕’이나 명조 계열의 무난한 폰트를 활용합니다.


       폰트는 해당 출판물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요소이자, 독자에게 콘텐츠를 전달하는 가장 기본적인 통로입니다. 따라서 첫째는 읽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뒤에서 무료 폰트 활용법을 설명하면서 비용 없이 무료로 양질의 폰트를 활용하는 법을 설명해놓았으니, 해당 폰트들을 참고하여 여러분이 제작할 책의 본문 폰트와 제목 폰트를 직접 골라보시기 바랍니다.




 

☑ 본문 폰트

본문 폰트를 고를 때는 신중해야 합니다. 사실상 책 안의 글자들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영역이기 때문이죠. 폰트는 모양도 전부 다르지만, 폰트마다 글자 크기, 자간, 어간이 모두 달라서 

조판 막바지에 본문 폰트를 바꾸면 페이지가 흔들리고 조판의 틀 전체가 깨지는 등 ‘대공사’를 해야 

할 리스크가 있습니다. 반드시 본문 폰트는 출판 기획 단계에서 신중하게 선택하셔서, 나중에 바뀌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둘, 되도록 같은 계열의 폰트로 조합한다

본문 폰트를 정했다면 사실상 폰트 설계의 절반 이상은 다 결정한 셈입니다. 왜냐구요? 본문 폰트가 무엇인지에 따라 큰 제목, 중간 제목, 작은 제목 등의 폰트와 기타 부속물을 구성하는 글의 폰트가 결정되기 때문이죠.


       폰트의 존재 이유는 ‘전달’입니다. 폰트는 추상의 지식을 실존하는 문자로 변경해 독자에게 전달하죠. 그리고 이 전달에는 ‘콘텐츠의 위계를 나누는 것’도 포함됩니다. 즉,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본문인지, 무엇이 큰 제목이고 무엇이 작은 제목인지, 부속물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 등을 알 수 있도록 확실하게 구분을 해줘야 하는 것이죠. 그리고 바로 이 구분, 즉 위계를 나누는 역할을 폰트가 해줍니다. 다음은 제가 이 책에서 설계한 폰트의 위계입니다.








       폰트는 그 모양으로 또 크게 두 계열로 나눌 수 있습니다. 명조와 고딕이 그 둘인데요. 좀 더 전문적(?)으로 말을 하자면 ‘획(serif)’이 달린 폰트와 달리지 않은 폰트로 나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전자의 경우 ‘세리프 계열’이라고도 불리는데, 대표적으로는 중국 명나라 때 창시되어 지금까지 다양한 형태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명조’가 있고, 후자의 경우 ‘세리프가 없다’는 뜻으로 ‘산세리프 계열’이라고 불리며 대표적으로는 ‘고딕’이 있습니다. 사실 ‘명조’와 ‘세리프’, 그리고 ‘고딕’과 ‘산세리프’를 똑같은 뜻을 지닌 용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만, 실무 현장에서는 그 둘이 혼용되어 사용되곤 합니다.

“명조 계열은 안 어울려. 고딕으로 바꿔봐.
“획이 있는 게 더 자연스럽지 않나요? 고딕은 딱딱할 텐데.
“괜찮아. 크기를 좀 줄이면 될 거야. 그리고 산세리프가 더 깔끔해서 읽기 편해.

       이런 식으로 말이죠. 따지고 보면 세리프의 유무로 폰트 형태를 구분하는 건 알파벳을 사용하는 서양 타이포그래피의 전통임에도, 한글 폰트를 사용하는 우리나라의 출판 현장에서 여전히 세리프를 운운하는 것은 조금 이상한 일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한글 폰트 중 ‘산세리프’, 즉 획이 없어서 뭔가 곧고 뻣뻣한 느낌을 풍기는 고딕 계열의 폰트로는 대표적으로 ‘돋움’이 있습니다. 반대로 ‘궁서’는 가장 대표적인 명조 계열의 폰트이고요.

       내지 조판에서 폰트 활용은 절묘한 신의 한 수가 되기도 하지만, 다 된 밥에 재를 뿌리는 악수가 되기도 합니다. 한 가지 요령이 있다면 서로 대비되면서도 조화롭게 어울리는 역설적 관계에 있는 폰트를 번갈아가며 활용하는 것입니다. 즉 같은 뿌리를 지닌 한 가지 ‘가족’ 폰트를 사용하되, 그 안에서 고딕 계열과 명조 계열을 번갈아 사용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하면 굳이 글자 크기를 조정하지 않더라도 각 조판 요소의 위계를 명확히 구분해줄 수 있습니다.




 


 

☑ 폰트, 글꼴, 서체, 타입, 글자 모양

출판 현장에서는 똑같은 뜻을 지칭하지만 서로 표현이 달라 우왕좌왕하는 일이 종종 발생합니다. 

가령, ‘글자의 모양 및 꼴’을 뜻하는 용어로 ‘폰트’‘글꼴’‘서체’‘자체’‘타입’ 등의 수많은 단어가 

난립(?)합니다. 편집주간님이 “이거 글자 크기 몇이야?”라고 물어보면 디자이너는 “폰트요? 11.2pt요”

라고 답하고, 옆에 있던 마케터는 “글꼴이 너무 답답해 보여서 잘 안 읽히는데?”라고 훈수를 두고, 

그 옆에 있던 담당 편집자는 “서체가 고딕이라 좀 뚱뚱해보이는 거예요”라고 대답을 합니다. 이들이 

말하는 글자, 폰트, 글꼴, 서체 등은 모두 같은 개념을 지칭하지만, 서로 다른 표현을 써서 혼란스럽

습니다. 먼저 ‘폰트’는 인쇄 시대가 열린 뒤 통용된 단어로, ‘같은 크기, 같은 모양을 한 활자 한 벌’을

총칭하는 용어입니다. 반면, ‘타입(type)’은 글자의 모양 즉 ‘자체’를 뜻합니다. 이 자체가 디지털 시대

로 넘어오면서 글리프라는 개념이 생겼고요. ‘글꼴’은 폰트를 우리말로 번역한 용어입니다. 글자라는 

념은 ‘사람의 말을 시각화한 기호’로 가장 광범위한 개념이죠. 폰트 용어에 대한 개념은 너무 복잡

하고 동서양을 종횡하는 역사가 얽혀 있어서, 저 같은 비전공자는 함부로 설명하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다만,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소통 지연과 상대에게 부족한 모습을 보일 경우를 차단하기 

위해선 아주 기본적인 개념 정도는 알고 있어야겠죠? 이렇게 수많은 용어가 난립하게 된 이유는 

서양의 인쇄술이 일본을 거쳐 한국에 건너온 탓도 있고, 서양의 근대 인쇄술 용어와 우리나라의 전근대 

인쇄술 용어가 뒤섞여 지금까지 정돈되지 못한 채 내려온 탓도 있습니다.





셋, 폰트의 모양을 변형하지 않는다

폰트는 대단히 높은 차원의 훈련을 받은 전문가들이 매우 오랜 시간 작업해 설계하고 만들어낸 디자인 창작물입니다. 한글 폰트의 경우 적으면 2350자에서 많으면 1만 여자를 넘는 글자의 자체를 디자인해야 하는 엄청난 노동이 투입되죠. 그래서 어떤 폰트의 경우 개발하는 데만 수년이 걸리기도 합니다. 이때 폰트 디자이너는 해당 글자type가 어디에 어떻게 배치되어도 어색하지 않게 자연스럽게 읽히도록 미세한 영역을 수없이 조정해가며 균형을 맞춥니다. 그런데 이렇게 큰 공을 들인 수천 개의 글자 중 어느 한 글자에 대해서만 강제로 모양을 바꾼다면 어떻게 될까요? 조화를 이루던 전체 폰트의 스타일이 와르르를 무너질 것입니다.


       HWP를 한 번이라도 사용해보신 분이라면 ‘글자 속성’을 설정해보셨을 겁니다. 바로 상단 ‘도구 상자’에 나열된 이 녀석들 말이지요.








       폰트 디자이너에 의해 정교하게 디자인된 폰트의 경우 그 굵기, 미세한 기울기, 획의 길이 등의 아주 작은 변화만으로도 전체적인 균형이 깨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미 완벽하게 조형된 폰트에 대해 함부로 ‘진하게’나 ‘기울기’ 등의 설정을 적용하면 안 됩니다. 만약 더 굵은 폰트를 쓰고 싶다면 해당 폰트의 ‘B’ 폰트를 사용해야 합니다. ‘밑줄’이나 ‘기울기’ 등의 설정은 가급적 아주 특별한 경우, 디자인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절대 남발해선 안 됩니다.




 

☑ 폰트의 굵기

폰트 이름 뒤에는 대부분의 겨우 ‘B’‘M’‘L’ 등의 알파벳이 붙어 있습니다. 이 알파벳들은 각각 

‘Bold’‘Medium’‘Light’의 약자로, 해당 폰트의 두께를 나타냅니다. 즉, 모양은 같지만 획의 세밀한 

두께만 다른 것이죠. 가령, 이 책의 본문 폰트인 ‘본명조’ 폰트의 경우 ‘본명조 ExtraLight’‘본명조 

Light’‘본명조’‘본명조 Medium’‘본명조 SemiBold’‘본명조 Heavy’ 등 총 6가지 폰트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같은 폰트일지라도 다양한 종류의 두께를 지닌 폰트를 지원한다면 본문 조판 디자

인 시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하나의 폰트로 본문 조판 디자인 톤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두께를 곳곳에 활용함으로써 훨씬 입체적인 조판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본문 폰트를 

찾을 때는 이처럼 같은 모양의 다양한 두께를 지원하는 폰트를 사용하시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