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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들어가기 전

어딘가 방치되어 있는 콘텐츠, 왜 책으로 만들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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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방치되어 있는 콘텐츠,

왜 책으로 만들지 않나요?







“왜 100만 원 내고 독립출판 클래스 들어요?”


그동안 여러 종의 독립출판을 만들고, 소소하게나마 독립출판을 해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고민을 들으면서 가장 많이 접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저는 디자인을 할 줄 모르는데요?”


        그렇습니다. 책은 수많은 텍스트와 각종 그림 자료(사진, 도표, 그래프 등등)이 ‘일관된 체제’ 아래 체계화된 종합 콘텐츠입니다. 다양한 콘텐츠가 어우러져 있기에 이 모든 요소를 경제적이고 아름답게 정돈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따라서 책이라고 하면, 적어도 아이디어를 발굴하거나 글을 쓰는 데는 자신이 있어도, 그 콘텐츠를 책으로 디자인(조판)하는 데는 큰 부담을 느끼는 분들이 여럿 있습니다. 출판에서는 이 과정을 북디자인이라고 부르고, 본문 디자인에 대해서는 ‘내지 조판’이라고 부릅니다. 전문 조판가나 편집자들이 작업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하곤 하시죠. 여기까지도 감이 잘 안 잡히는데, 실제 CTP판을 출력을 하고 인쇄를 하고 제본과 후가공을 거쳐 완성된 책을 배본하고 유통하는 일까지 생각하면 아득하고 망망해져 결국 독립출판을 포기하고, 소중하게 간직해둔 자신만의 콘텐츠를 컴퓨터 속에 보관한 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 맙니다.




하지만 그렇게 두기에는 여러분의 콘텐츠는 무척 특별하고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손쉽게 집에서, 혹은 회사에서 자신의 글감을 책으로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운이 좋다면 더 많은 독자를 만나 수익을 얻을 수도 있고, 꼭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자신만의 무형의 추억과 경험과 노하우를 책이라는 유형의 형태로 세상에 드러낼 수 있겠죠.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했습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편집하고 디자인해야 될지 몰라 우왕좌왕해본 분들, 숱한 인디자인 클래스를 다녔지만 여전히 북디자인이 부담스럽고 마무리가 안 되는 분들, 내 머릿속에 그려진 나만의 콘셉트를 내 두 손으로 직접 디자인해보고 싶은 분들. 이런 분들을 위한 맞춤형 지식 콘텐츠가 한 권의 책으로 단정히 나오면 어떨까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찾은 답은 한컴 오피스 한글 프로그램(이하 ‘HWP’)이었습니다.




“누구에게나 특별한 콘텐츠가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실 분들이 누구일지 상상해보았습니다. 사실 저는 업무 현장에서 HWP의 사용법을 배웠기 때문에, 구체적인 동기나 니즈 없이 곧장 책을 만드는 일에 돌입하였습니다. 따라서 정말 순수한 목적으로 ‘HWP를 활용해 자신만의 책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의 속마음’을 온전히 알고 있다고 말할 순 없었습니다.

        아마 여러분은 책이 될 어떤 콘텐츠를 갖고 계실 것입니다. 일기장일 수도 있고, 학창시절부터 조금씩 써온 글뭉치일 수도 있고, 지금까지 꾸준히 작성해온 보고서나 감상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 내용물이 무엇이 됐든, 아무튼 여러분은 형식과 체계가 없는 난삽한 원고에 형식과 체계를 부여해 소위 ‘책’이라는 형태를 갖추기를 희망하실 것입니다. ‘편집 조판’이란 무질서에 질서를 부여하는 작업입니다. 편집은 원고의 내용 측면에서 단어와 문장과 문단과 장과 부가 일관성을 갖고 가장 한국어답게 전개되도록 다듬는 작업을 뜻하고, 조판은 원고의 형태적 측면에서 책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일관성과 당위성을 갖고 조립되도록 설계하는 작업을 뜻합니다.


 
조판 편집을 거치지 않은 원고


 
HWP로 조판 편집이 완료된 원고 


       흔히 조판 작업을 설계 작업에 비유하고 합니다. 전문 건축설계사의 손길을 타지 않고 시공사가 설계까지 맡아 지어진 건물은 그렇지 않은 건물보다 하자가 더 많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건물이든 책이든 그것을 세상에 구현하기 전에는 치열한 고민과 오랜 설계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제대로 된 도면 없이 훌륭한 건축물이 나올 수 없듯이, 책 또한 마찬가지로 건물의 내부라고 할 수 있는 책의 내부(이를 ‘내지’라고 부릅니다)를 아무런 설계 과정 없이 곧장 디자인해버린다면 아무리 내용이 탁월해도 그 건물 안으로는 독자가 들어가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특별한 콘텐츠가 있습니다. 조판을 그 콘텐츠에 자신만의 기준으로 형태를 부여하는 작업입니다. 저는 이 책에서 책을 구성하는 구성 요소들과 그것을 활용해 자신의 책 내부(내지)를 설계하는 방법, 그리고 이 '내지 조판 작업'을 포함하는 책이 만들어지는 출판 편집 및 제작 전체 공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구체적인 툴로 여러분께 HWP를 제안합니다.

 

“저는 집에서 혼자 책 만들어요”

그렇다면, 왜 HWP일까요?

        첫째, HWP는 가정이든, 회사든, 어디든 깔려 있는 가장 대중적인 문서 편집 프로그램입니다. 당신이 회사를 다니든 집에서 살림을 하든 학교에서 수업을 듣든, HWP는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고 다룰 수 있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가장 익숙한 프로그램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 프로그램을 '초보운전' 딱지를 출력하거나 간단한 리포트를 작성하는 용도로밖에 사용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HWP에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가능성이 담겨 있습니다.

        둘째, HWP 프로그램의 전체 용량은 인디자인 등 기타 문서 편집 프로그램에 비하면 아주 소박합니다. 이 프로그램을 돌리기 위해 소모하는 컴퓨터 CPU 역시 매우 낮습니다. 아무리 많은 문서를 동시에 열어도 컴퓨터에 무리를 주지 않습니다. 켜고 끄는 데 시간이 적게 걸리고 파일 단위의 용량 역시 낮아 다른 컴퓨터(협업자)와의 호환 또한 편리합니다. 정말 필요한 기능과 도구만 담고 있기 때문에 버그와 오류도 적습니다.

       셋째, 따라서 그만큼 사용하기가 편리합니다. 글과 사진을 동시에 편집하기 위해 고안된 문서 편집 프로그램인 어도브의 인디자인처럼 문서 틀 자체가 이원적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고 일원적으로 구성되어 있어 사용자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조작할 수 있습니다.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주부도 직장인도 학생도 누구나 HWP는 금세 조작할 수 있고 그 기술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책을 만드세요”

        그동안 조금씩 써온 소설과 시, 아름아름 번역해온 명문들, 아이와 함께 써온 짤막한 일기장, 군대라는 시간을 견디게 해준 가슴 벅찬 편지들, 업무 현장에서 틈틈이 모아온 귀중한 자료들. 누구에게나 책으로 만들 수 있는 특별한 콘텐츠가 있습니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이 기술력이 없고 여건이 불비하여 그 콘텐츠를 그대로 방치합니다. 하지만 너무나 흔해서 종종 사람들이 무시하거나 잊곤 하는 HWP가 설치된 PC만 있다면, 그리고 그 프로그램을 활용해 내 책을 디자인하는 방법만 배운다면 누구나 집에서 손쉽게 자신의 삶과 일상과 기록을 책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책에서 여러분이 가장 알고 싶은 것들을 알려드릴 것입니. 책을 보고 글을 쓰는 것에만 관심이 있지, 책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도록, 어렵고 복잡한 개념을 최소화하고 당장 책을 만들려는 사람의 입장에서 ‘HWP로 혼자서 책 만드는 방법’을 총 10단계로 압축해 정리하였습니다. 사람마다 경험이 다르기에, 독자 여러분께서는 이 10단계 흐름을 자신의 수준에 맞춰 선별적으로 체득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이 10단계 방법이 책을 만드는 모든 과정의 정답은 결코 아닙니다. 아마 앞으로 계속해서 책을 만들어나가시면서 제가 알려드린 방법에 저마다의 살을 붙이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각자의 방법을 찾아나가실 것입니다. 다만, 제가 그동안 책을 편집하고 만들어오며 경험한 노하우와 지식을 0의 수준에서 다시금 탑을 쌓는다는 생각으로 정리했습니다.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제대로 책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흔히 ‘독립출판에 대해 자유분방하고 형식에 제한이 없다’라는 표현을 씁니다. 일반 단행본 출판사에서 관습적으로 사용하는 수많은 형식과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독립된 제작자의 의도와 방식대로 책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말 독립서점에 가보면 기상천외한 책부터 ‘이게 책인가?’ 싶을 정도로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책이 즐비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간혹 어떤 제작자들께서는 애초부터 일관된 형식을 갖추지 않은 채 그야말로 자유분방하게 책을 편집하곤 합니다.

        어느 단락은 들여쓰기가 되었다가 또 어느 단락은 들여쓰기가 안 되어 있는 책, 1장 표제지에는 페이지 번호가 없는데 2장 표제지부터는 페이지 번호가 나오는 책, 제작자 정보와 출판물 서지정보를 담은 판권면이 아예 없는 책, 판형과 판면의 크기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본문의 안쪽 여백이 턱없이 좁아 가독성이 매우 떨어지는 책.

        이런 것들은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독립출판의 시도가 아니라, 책의 조형 원리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여 발생한 ‘사고’라고 봐야 옳을 것입니다. 아마 여러분께서도 자신의 소중한 콘텐츠가 실수와 오류로 범벅된 어설픈 책으로 만들어지는 것을 원하시는 분은 없을 것입니다. 내지를 구성하는 요소들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과 해석 없이, 정해진 형식에 맞춰, 마치 블로그에 글을 업로드하듯 무작정 책을 만들고 싶은 분이시라면, 이 책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판형 선택부터 폰트 선택, 그리고 자간과 행간의 수치까지 본인이 직접 시도하고 시험하며 ‘책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을 설정하고 제도화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책을 구성하는 요소들과 그것들의 조판 구성 원리를 반드시 공부하셔야 합니다. 한 번만 확실하게 배우고 자기 것으로 만들고 나면 그 다음엔 마치 산책을 나가듯 자신의 콘텐츠를 HWP로 손쉽게 요리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열린 마음과 그동안 써온 글뭉치(혹은 책으로 만들고 싶은 글뭉치), 그리고 HWP가 설치된 개인용 노트북만 준비해주십시오. 그럼 바로 시작해보겠습니다.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겠지만, 생소한 내용이 많을 테니 꼭 집중해서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이런 걸 알려드립니다.
하나, 제가 그동안 독립출판물과 일반 단행본을 만들면서 배우고 익힌 책을 만드는 노하우를 전합니다.
둘, 책을 만드는 사람이 반드시 알아야만 하는 최소한의 지식과 정보를 전합니다.
셋, 나만의 책을 깔끔하게 디자인하고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전합니다.


이런 걸 얻게 됩니다.
하나, 그동안 써온 글을 단정한 책으로 엮는 현실적인 방법을 배웁니다.
둘, 원고를 책의 형태로 완성도 있게 정돈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셋, 책이 제작되어 유통되는 과정을 대략적으로 배웁니다.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하나, 꾸준히 써온 자신의 글을 완결성 있는 책으로 내 손으로 직접 만들고 싶은 분.
둘, 책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무엇인지 기초부터 정석대로 확실히 이해하고 싶은 분.
셋, 책이 만들어지는 전체 과정을 아주 기초적으로나마 머릿속에 입력하고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분.


이런 건 해드릴 수 없습니다.
하나, 4도 이상의 컬러풀한 내지 디자인에는 HWP가 적합하지 않습니다.
둘, 4도 이상의 컬러풀한 표지 디자인은 HWP로 작업할 수 없습니다.
셋, 요소가 다양한 표지 디자인은 HWP로 작업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제외한 나머지는
HWP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