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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들어가기 전

책을 만들기 위해 알아야 할 최소한의 출판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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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만들기 위해 알아야 할

최소한의 출판 용어 







 

  현재 한국의 출판 관련 용어는 안타깝게도 일본어와 한자어, 그리고 원형을 알 수 다양한 외래어가 혼재된 채 매우 기형적인 형태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적지 않은 용어가 우리말로 순화될 수 있음에도 관성과 귀차니즘, 편의성으로 인해 그대로 방치되듯 사용되고 있습니다.


          책 만드는 작업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아무리 진입 장벽이 낮더라도 최소한의 전문 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일입니다. 경험은 쌓을 수 있지만 전문 지식은 제대로 한번 머릿속에 개념화시키지 않으면, 책을 만들 때마다 아주 기초적인 부분에서 자꾸만 실수와 오류가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 ‘개념화’란 결국 용어에 대한 숙지와 이해고요. 출판은 작가, 기획자, 편집자, 디자이너, 제작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동시적으로 협업하는 작업입니다. 용어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없으면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고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멋진 아이디어와 탁월한 필력을 갖췄지만, 고작 출판 용어와 개념을 이해하지못해 ‘제대로 된 책’을 만들지 못한다면 너무 억울하지 않을까요? 따라서 책 만들기 10단계를 익히기 전에, 여기 적힌 내용을 읽어보신 뒤 여러분이 만들고자 하는 책의 꼴을 머릿속에 그려보시기 바랍니다.







책의 외부 



표지/내지/면지

책의 물성은 크게 겉과 속으로 나뉩니다. 겉을 둘러싼 종이를 표지, 안에 담긴 종이를 내지라고 부릅니다. 표지에는 제목과 지은이 이름 같은 책의 주요 정보가 적히고, 내지에는 본문 등 책의 본 내용이 적힙니다. 그리고 그 표지와 내지 사이에 삽입된 종이가 면지입니다.


        아무 책이나 한 권 가져와보시겠어요? 우선 여러분 손에 잡히는 책의 겉면이 바로 표지입니다. 표지 영역은 다시 표1(앞표지), 표2(앞날개), 표3(뒷날개), 표4(뒷표지)로 구분됩니다. 그 책을 펼친 채 뒤집어 놓으시면, 왼쪽부터 순서대로 ‘표3 → 표4 → 표1 → 표2’입니다. 작업 현장에서는 표1~4를 아울러 ‘대지’ 혹은 ‘펼침면’이라고 부릅니다. 내지는 그 안에 본문 내용이 적힌다고 해서 본문지, 책 속에 들어 있다고 해서 속지라고도 불립니다.



× 현장의 목소리

“이번 책 표지 종이는 결정했나요?”

“내일까지 표4 문구 정리해주세요.

“면지 색상은 표지 디자인 고려해서 디자이너가 알아서 골라주세요.

“저자 소개 문구가 길어서 앞날개랑 뒷날개에 이어서 적어야 할 것 같아요.

“원고 분량이 많아서 내지 종이는 얇은 걸로 써야겠어요. ‘미모 80g’ 어때요?”



 
책의 ‘펼침면’ 구조 



싸바리/합지/커버(겉표지)/띠지
모두 표지의 한 종류이자, 표지를 구성하는 요소들입니다. 책의 물성은 매우 다양합니다. 딱딱한 하드커버도 있고, 링으로 제본한 스프링책도 있고, 저렴하게 풀로만 제본한 무선 책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제작 방식’에 따라 표지를 구성하는 요소가 전혀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딱딱한 합지로 만드는 하드커버의 경우 그 합지를 타이트하게 감쌀표지 종이가 필요하고, 다시 그 표지 위를 둘러쌀 겉표지 즉 커버가 필요합니다. 커버 위에는 필요에 따라 띠지를 얹기도 하죠.

        즉, 이렇게 되면 표지 종이만 모두 네 가지가 필요한 셈입니다. 제작자는 이 네 가지 종이의 지종과 규격과 후가공까지 모두 달리 설계해야 합니다. 반대로 가장 흔한 무선책이라고 한다면, 간단히 그냥 표지 종이만 고르면 됩니다. 경우에 따라 그 표지 위에 다시 겉표지(커버)를 씌우기도 하고, 또는 띠지만 씌우기도 합니다.



× 현장의 목소리

“이번 책은 페이지가 워낙 적어서 양장(하드커버)으로 만들어야겠어요.

“싸바리지는 알아서 결정해주세요. 너무 튀지 않는 걸로.

“겉표지 후가공은 정했나요? 제목 부분만 형압으로 누르면 어떨까요?”

“이번 띠지는 좀 높게 가면 어때요? 저자 사진도 크게 넣고요.




책등/책배/책머리/책밑

책의 외형에서 마지막으로 구조를 살펴보겠습니다. 책을 사람의 몸이라고 생각하시면 이해하기 편합니다. 책의 맨 윗부분을 책머리라고 부릅니다. 반대로 맨 아래는 책밑이라고 부르고요. 사실 책을 만들 때 책머리와 책배라는 용어는 잘 사용할 일이 없습니다. 세로로 제목이 적힌 부분은 책등이라고 부릅니다. 도서관이나 서점 서가에 책이 꽂혀 있을 때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부분이죠? 출판 현장에서는 일본어인 ‘세네카’를 다 흔하게 사용합니다. 반대로 서가 안쪽 방향으로 꽂혀 있는 부분이 바로 책배입니다.


        참고로 책등의 너비는 결국 책의 두께입니다. 책의 두께는 표지(대지) 디자인을 할 때 전체 사이즈를 확정하는 데 가장 마지막 변수이기도 하죠. 이 부분은 조금 복잡하니 나중에 설명해드릴게요! 일단 여기서는 책의 구조만 머릿속에 입력해주세요.



× 현장의 목소리

“세네카 두께 나왔나요? 표지 사이즈 계산해야 하니까 정해지면 알려주세요.

“디자이너님, 책등에는 제목 말고는 아무것도 넣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책의 내부 



판형/판면/여백

책의 가로, 세로 면적을 판형(判型, book size, format, trim size)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안에서 실제로 내용(본문)이 인쇄되는 영역을 판면(版面, printing plate, type area)이라고 부릅니다. 신국판, 사륙판, 크라운판 같은 용어를 들어보셨을 텐데요, 여기에서의 ‘판’이 바로 ‘판형’입니다. 출판 인쇄는 기본적으로 거대한 종이(전지)를 윤전기에 넣고 여러 페이지를 한꺼번에 인쇄한 다음 그 종이를 규격에 맞게 잘라서 다시 묶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한 부분이지만 일단 여기선 이렇게만 설명해드릴게요!).


이때 그 거대한 종이를 어떻게 나누느냐(判)에 따라 ‘판형’, 즉 책의 사이즈가 결정됩니다. 그래서 ‘판형’의 ‘판’은 한자 ‘나눌 판’을 쓰죠. 반면 ‘판면’의 ‘판’은 한자 ‘널판지 판’을 씁니다. 목판 인쇄를 하던 시절, 먹을 묻혀 종이에 찍을 ‘나무판’에서 유래하였습니다. 말 그대로 ‘인쇄가 되는 영역’을 뜻하죠. 그리고 판형에서 판면을 뺀 나머지 부분을 ‘여백’이라고 부릅니다. 여백은 상, 하, 좌, 우 여백이 있는데, 이 중에서 좌우 여백은 페이지의 위치에 따라 ‘안쪽 여백’‘바깥쪽 여백’으로 불립니다(판형과 판면은 책 만들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에 대해선 뒤의 3단계에서 자세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 현장의 목소리

“판형은 그냥 무난하게 신국판으로 가죠, 어때요?”

“판면이 너무 답답해요. 여백을 좀 더 주고 행수를 줄이는 게 좋겠어요.

“안쪽 여백이 너무 좁으면 인쇄 사고가 날 수 있으니까 한 3mm만 여백을 더 줍시다.



 




권(반)표제지/부(장)표제지

표제지는 말 그대로 책의 제목이 적힌 종이입니다. 다시 책을 한 번 펼쳐보실까요? 면지를 넘기고 나면 아마 책의 제목이 적힌 종이가 보일 겁니다. 이를 부표제지라고 부르죠. 그 뒤에는 똑같은 제목이 젂힌 종이가 나올 텐데요, 이를 권표제지 혹은 속표제지라고 부릅니다.


        표제지는 책의 표지가 찢기거나 손상될 경우 책의 기본 정보를 독자에게 알려주기 위해 준비해놓은 영역입니다. 보통 첫 표제지에는 제목과 지은이 정보만 간단히 적고, 그 다음에 배치되는 표제지에 좀 더 과감한 디자인과 함께 마치 책의 표지 디자인을 축소시켜놓은 것처럼 디자인해놓죠. 그래서 흔히 ‘표제지’라고 하면 이 두 번째 표제지를 뜻하고, 그 앞에 있는 표제지는 ‘반’이라는 접두사를 붙여 ‘반표제지’라고 부릅니니다. ‘권’이라는 접두사는 책을 뜻하는 한자입니다. 즉 ‘책의 표제지’라는 뜻으로 권표제지라고 부르기도 하죠.


        책을 좀 더 뒤로 넘겨볼까요? 아마 부나 장 따위의 본문의 큰 제목들이 인쇄된 표제지가 또 보일 겁니다. 이를 부표제지, 장표제지, 절표제지 따위로 부르기도 합니다. 즉 한 권의 책에는 여러 층위의 표제지가 존재하는 셈이고, 이 표제지의 디자인을 일관되게 해주는 것이 책의 완성도를 높이는 전략입니다. 더불어 장표제지가 권표제지보다 더 화려하거나 요소가 많다면 그리 균형적이진 않을 것입니다. 내지 디자인은 이런 것들을 모두 고려해서 작업하셔야 합니다. 현장에서는 표제지란 말 대신 일본어인 ‘도비라’라는 말을 훨씬 많이 사용합니다.



× 현장의 목소리

“이번 책 권도비라 디자인 좋던데요? 표지랑도 연결되고 제목도 선명하게 전달되고.

“표제지는 지면 절약을 위해 하나만 배치하면 어때요? 굳이 반표제지는 없어도 될 것 같은데.

“팀장님, 표제지에 출판사 로고 뺄까요? 디자인을 좀 해치는 것 같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