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에 앞서
- 손수현의 편지 -
그동안 안녕하셨을까요. 어젯밤 오랜만에 상담 일지를 뒤적거렸습니다. 몇 년전부터 쌓여 있던 내담자분들 성함을 발견하고 ‘이 케이스 참 힘들었지’, ‘이 상황은 바로 재회가 되는 상황이었는데 아쉽게 내담자가 지침을 어기셨었지’ 등의 여러 가지 생각들이 떠올랐습니다.
《악인론》이라는 저의 저서가 교보문고와 영풍문고에 깔린 것을 보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동안 마음이 진심으로 편치 않았습니다. 종이책으로 유명해지는 것보다 『역가스라이팅 세계로의 초대』를 새롭게 리뉴얼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역가스라이팅 세계로의 초대』는 허점 많은 책이었습니다. 저 스스로도 발행 전까지 망설였고, 팀과 회의를 할 때도 저는 끝까지 보수적인 입장이었습니다. 결국 세상에 나왔고, 다행히도 긍정적인 평가들이 비율적으로 많긴 했습니다. 그래도 늘 글을 고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악인론을 쓰면서도,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역가스라이팅 세계로의 초대』글도 늘 붙잡고 있었습니다.
8년간 상담을 하다보면, 가끔 재회 상담이 끝나고 인생사 상담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습니다. 부모님과의 관계, 인간관계, 상사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지요. 놀라웠던 점은 거의 80% 이상이 내담자가 잘못한 게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내담자들은 오랜 시간 가스라이팅을 당해 철저한 을로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역가스라이팅 세계로의 초대』는 세상 밖으로 나와야만 하는 책이었습니다. 그 분들을 돕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 마음에 다소 불편하고 복잡한 마음으로 책 출간을 결심했습니다. 리뉴얼을 기다리시는 분들이 많았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 완벽, 더 완벽하게를 생각하고 준비하다보니 늦어졌다는 것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시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하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인간관계’라는 해결 불가능해 보이는 분야에서 당당히 공격을 막고 성공하시기를 간곡히 바라봅니다. 『역가스라이팅 세계로의 초대』라는 제목을 적어 두고도 왠지 모르게 감성적으로 편지를 적게 되는 저라는 사람, 완벽주의 때문에 리뉴얼이 늦어진 저에 대해서도 너그러이 봐 주셨으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습니다.
부족한 작가, 손수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