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한 마디로 저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낙찰 후 8일 만에 915만 원 수익이 발생한 사건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눈여겨봐야 할 사항은 개시 결정으로 ‘공유물분할을 위한 경매’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지분을 해소하기 위한 경매’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즉, 지분 비율대로 토지를 분할하고 싶어도 제시 외 건물 때문에 분할하지 못하니, 지분 전체를 경매로 넣어 매각 대금을 지분 비율대로 배당받겠다는 취지입니다. 이를 전문용어로 ‘대금 분할’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원칙은 ‘현물분할’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지분 비율만큼 토지를 쪼개서 소유권을 이전하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현물분할을 위해 제시 외 건물도 토지 면적에 따라 쪼개면 사회적 손실이 큽니다. 그래서 제시 외 건물이 있는 토지일 경우 예외적으로 대금 분할로 진행합니다. 이는 대법원 판례에 명백히 기재되어 있기 때문에 다툼의 여지는 없습니다(대법원 2002. 4. 12. 선고 2002다 4580 판결).
쉽게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아파트 지분 2분의 1을 경매로 낙찰받았습니다. 그리고 지분권자와 협상이 안돼서 공유물분할 소송을 진행한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이때 현물분할이 원칙이므로 반으로 나눠서 재산권을 행사할까요? 불가능한 이야깁니다. 그래서 지분 전체를 경매로 넣고, 매각 대금을 지분 비율대로 배당받는 대금 분할로 진행됩니다.
이를 법정지상권으로 해석하면 첫째, 지분권자끼리 사이가 얼룩져서 경매로 넣은 경우와 둘째, 제3자가 낙찰받았지만 협상이 마음처럼 풀리지 않아서 손해를 감수하고 전체를 경매로 넣는 경우로 나뉩니다.
이 사건은 제3자가 낙찰받았지만 협상이 마음처럼 풀리지 않아 전체를 경매로 넣은 경우에 해당합니다. 그 이유는 토지등기부를 보시면 2018년 9월 60년생 김O자 씨가 박O보 씨 지분 9분의 2를 낙찰받았습니다. 그리고 만 2년 후 김O자 씨가 지분 해소를 위한 임의경매를 진행했습니다.
제3자가 등기부등본만 봤을 때 이유는 합당합니다. 왜냐하면 수익을 목적으로 김O자 씨가 지분을 낙찰받았지만 만 2년 동안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결국 경매로 배당받고 끝내려는 액션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한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전(前) 낙찰자가 협상이 결렬돼서 토지 전체를 경매로 넣은 사건인데 내가 낙찰받는다고 처리할 수 있을까?”라고 말이죠. 고백컨대 저 또한 이 점을 고려해서 현장 조사를 갈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또 하나 문제점은 공유자 김O례 씨 나이인 바, 등기부를 보시면 30년 생으로 91세입니다. 이게 왜 문제냐면 소송 중 지병으로 사망하면 상속인부터 상속등기까지 절차가 복잡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분권자가 다수인 물건도 조심해야 하지만 연세가 많은 어르신이 지분권자로 등재되어 있으면 조심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현장 조사를 진행한 이유는 두 가지 근거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토지 감정가격이 1억 2천2백만 원입니다. 즉 신건 감정가 8,500만 원은 제시 외 건물로 인해 토지 가치가 하락한 점을 반영한 가격이고, 나대지일 경우 이 사건 토지는 1억 2천2백만 원입니다. 단순 계산으로 이 사건 토지는 3,700만 원 할인된 물건입니다(12,200만 원 – 8,500만 원).
다행히 낙찰자는 나대지 가격을 기준으로 지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즉 ‘1억 2천2백만 원 X 지료 3% / 12개월’로 계산하면 월 30만 6천 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7,700만 원 투자해서 공실 걱정 없이 매달 30만 6천 원 받을 수 있으면 괜찮은 물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는 지분권자 김O례 씨와 임차인 박O필 씨가 점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지분권자 김O례 씨는 건물을 포기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임차인 수요가 어느 정도 뒷받침된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내부 구조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임차인 한 명을 맞출 정도로 공간은 넉넉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결정적으로 토지등기를 보면 김*례 씨가 건물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1970년 12월 김*례 씨는 이 사건 토지를 매매했습니다.
그리고 2001년 재정 악화로 재산이 경매로 넘어갔고 이를 박*규 씨가 낙찰받았습니다.
세월이 흘러 박O규 씨가 사망하고 재산이 상속됐는데 상속인이 김O례 씨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박O규 씨와 김O례 씨는 부부 사이였고, 이 사건 토지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과거 낙찰 사건에서 여실히 보여준 셈입니다.
이와 같은 근거로 현장 조사를 갔습니다. 하지만 원하는 정보를 얻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주택 밀집 지역은 주민끼리 왕래가 0에 수렴하기 때문에 김O례 씨가 누군지 알고 있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세탁소, 약국, 조명 가게, 주유소, 오랫동안 영업한 식당, 미용실 등을 방문했지만 소득은 없었습니다. 결국 당사자를 직접 만나기 위해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도 만날 수 없었습니다. 다만 대문 앞에 쌓여있는 쓰레기를 보고 사람이 거주한다는 걸 확인했으므로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다시 방문했을 때 당사자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미 종결된 사건이라 상세히 말씀드릴 순 없으나 예상대로 김O례 씨는 건물을 포기할 수 없다는 강력한 의사를 밝혔고, 큰 아들이 낙찰받으려고 돈은 이미 마련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궁금했던 박O보 씨 지분을 낙찰받은 김O자 씨 정체를 여쭤봤습니다. 왜냐하면 지분을 낙찰받고 2년 만에 전체를 경매로 넣었다면 그 이유가 있을 텐데 김O례 씨가 압박받은 기미는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김O례 씨도 김O자 씨 이름은 들어봤습니다. 하지만 김O자 씨가 무언가를 요구하거나, 소송 서류를 발송하는 등 액션은 없었다고 합니다. 되려 김O자 씨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 아니냐고 저한테 여쭤보셨습니다. 그렇게 대화가 오가면서 유추할 수 있는 건 김O자 씨와 박O보 씨 둘 사이에 금전적 다툼이 있었고, 답답했던 김O자 씨가 화풀이한 걸로 추측됩니다.
결국 이 사건은 지료부터 건물 가치 그리고 건물 소유주가 지키려는 의사까지 확인했으니 입찰을 포기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수강생분들 중 참여 의사가 있는 분들과 함께 낙찰받았습니다.
낙찰받고 법정을 나오니 패찰한 어르신 한 분께서 다가오셨습니다. 요지는 “이런 물건을 왜 받았냐, 혹시 포기할 생각 없느냐”였습니다.
속으로 쾌재를 불렀지만 겉은 무덤덤했습니다. 그리고 “저희도 대출 실행부터 컨설팅 비용을 지불하고, 낙찰받은 거라서 보증금만 받고 포기하긴 어렵습니다. 그냥 잔금 납부하고 건물 철거할 계획이에요”라고 답변했습니다.
자연스레 얼마를 원하냐고 여쭤보길래 크게 불렀다가 대화는 끝났습니다. 그리고 7일 후 낯선 번호로 연락이 왔는데 바로 법원에서 만난 어르신이었습니다. 제발 사정을 봐달라고 간곡히 부탁하셔서 인건비만 받고 종결된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게 법원에서 만난 어르신은 가족이 아닙니다. 사연을 들어보니 이 어르신 어머니께서 살아생전에 김O례 씨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보답하고자 이 사건에 뛰어들었던 것입니다.
요지는 건물 소유주가 땡전 한 푼 없어도 마을에서 평판이 좋으면 돕는 사람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정보는 현장에서 얻을 수밖에 없습니다. 예컨대 마을에서 만난 어르신께 채무자 정보를 물어보면서 평판이나 효심을 물어보면 됩니다.
만약 현장 조사를 안 가고 서류만 분석했다면 이 사건은 입찰을 포기했을 겁니다. 왜냐하면 제3자가 지분을 낙찰받고 2년 동안 해결하지 못하다가 토지 전체를 경매로 넣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몇 가지 근거를 가지고 현장 조사를 다녀온 덕분에 수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핵심 키워드》
ⓐ 단점보다 장점이 크면 현장을 가봐야 한다.
ⓑ 법정지상권 성립 여부보다 장기 보유할 가치가 있는지 따져보자.
ⓒ 평판이 좋으면 가까운 이웃들이 돕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