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과 마주했을 때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호르몬 수치'라고 생각한다. 당신이 상대방의 호르몬을 실제로 수치화하라는 말은 아니다. 대략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남성호르몬이 많냐 적냐만 파악하더라도 많은 행동이 예측 가능해진다.
언젠가 한 번, 나는 꽤 많은 구독자를 보유한 여성 유튜버를 만난 적이 있다. 우리 둘은 첫눈에 꽤 호감을 가졌었다. 그녀는 유튜브 내에서 매우 여성스럽게 행동했으며, 나를 대할 때도 정말 여성스럽게 행동했다. 첫 데이트 날이었다.
그녀는 나에게 한마디 말을 했다. "누가 먼저 유튜브 구독자수 50만을 찍는지 내기를 하자" 처음엔 장난이라 생각해서 웃었다. 하지만 이 말을 3번 가까이 주장했고, 누가 더 '승리'할 것인지 재미있어했다. 나는 그녀의 첫인상을 보고 정말 여성스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발언 몇 개를 통해 남성호르몬이 높음을 확신했다. '내기', '승리', '목표지향적 태도', '경쟁심' 등을 내비치는 것은 남성호르몬이 높을 때 벌어지는 일이다.
나는 그녀에게 웃으며 '너에 대한 파악이 끝났다.'라고 말했다. 상대는 청순한 표정으로 '?'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나는 "너 사실 남자구나? 너의 영혼은 남자인데 왜 날 속이고 있었지?"라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여성 유튜버는 엄청나게 박장대소하며 "어떻게 알았냐"라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는 남녀 사이가 아닌, 친구로 가까워 졌다. 이후에 이 친구는 20만 유튜버 였으나 어렵지 않게 100만 유튜버가 되었다. 성취욕을 자극하는 것도 남성호르몬의 힘이다.
남성호르몬이 있냐 없냐의 판단은 인생에 큰 도움을 준다. 남성호르몬이 높은 사람과 미팅을 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상대방은 반복적으로 내 이득에 대해 얘기하며 설득할지 모른다. 하지만 경계를 해야 한다. 남성호르몬이 매우 높은 남성들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이며, 돈에 환장한 경우들이 많다. 윤리성이 낮을 확률이 높아진다. 이들이 어떻게 나를 지배하려 할지, 어떻게 등처 먹으려 할지 모른다. 경계하고 주의해야만 한다.
반대로 여성호르몬이 높아 보이는 여성 혹은 남성을 대할 때는 좀 더 안심해도 좋다. 그들은 괜한 사기를 쳐서 '리스크'를 얻는 것을 꺼려 한다. 공감성이 높기 때문에 사기를 칠 확률이 낮아진다.
당신이 만약 여자인데, 남성호르몬이 높은 남성이 이성적으로 다가온다면? 당신은 상대의 매력적인 얼굴과 낮은 목소리에 섹시함을 느낄지 모른다. 하지만 마음의 준비를 해 둬야 한다. 남성호르몬이 높은 남성은 대부분 많은 여자를 원한다. 성적 바람이 날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물론 소수의 예외가 있으니 단언하진 말아라. 남성호르몬이 높음에도 한 여자에게 헌신적인 남자들도 있긴 있다. 특히 뒤에서 소개할 'BIG5 이론에서 성실성 높음', 'MBTI J유형'이 그렇다. 사람을 분석할 때는 단편적인 하나의 단서로 모든 걸 파악할 수 없다. 여러가지 단서를 조합하여 조심스럽게 판단해야 하며, '무조건 저 사람은 저렇다'라고 단정지어선 안 된다.
남성호르몬이 강한 남성을 대할 때는 자존심을 상하게 만들지 많아야 한다. 이들은 시도 때도 없이 기싸움, 위계서열을 잡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특히 지능이 낮고 방어기제가 강한 경우 더욱 그렇다. 지능과 방어기제의 조합은 너무나도 흥미로운 부분인데, 이후 6가지 도구에서 자세히 설명할 예정이다.
비즈니스 미팅이라고 가정하자. 상대가 만약 자신의 능력에 대해 떠벌리기 시작한다면, 그를 기분 좋게 할 수 있는 기회이다. 상대방에 대해 칭찬을 하면, 상대는 당신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할 가능성이 높다. 상대는 남성호르몬 때문에 '우월하다', '누군가보다 낫다'라는 말을 듣고 싶어한다. 반대로, 여성호르몬이 많은 사람은 우월하다, 남들보다 낫다 등의 칭찬이 썩 좋게 들리진 않는다. 오히려 다른 의도가 있을 거라 의심한다. 이보다 '따뜻한 모습', '공감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이미지상 득이 크다.
남녀가 여럿 모인 미팅 자리라고 가정하자. 여기서 남성호르몬이 강한 남성은 우위를 점하기 위해 '자랑', '상대방 견제' 등을 할 것이다. 미리 예상하고 있다면, 상대의 공격을 어렵지 않게 맞받아칠 수 있다. 상대방을 보면서 '대체 왜 저래?’라고 생각하며 당황할 일이 없다.
3개월 전, 지인의 초대로 모임에 갔다. 가 보니 미팅 비슷한 자리였다. 나는 당황했지만,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모임을 즐겼다. 마지막 인기 투표에서, 감사하게도 나는 거의 몰표를 받았다. 이어진 2차에서도 내향적인 성격을 가진 분들이 대부분이라 어쩔 수 없이 내가 말을 주도했다.
나도 말주변과 순발력이 아주 뛰어난 편은 아니기 때문에 자신 있는 주제로 대화를 이끌었다. MBTI 맞추기를 했고, 내가 몇 명의 MBTI를 맞췄을 때였다. 갑자기 한 남자 분이 “저는 못 맞추셨네요? 아까 INFP라고 하셨는데 저는 INFJ”입니다.”라고 쏘아붙이듯 말했다. 말수가 없던 사람이 갑자기 나를 공격하자 사람들은 당황했고, 순식간에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어느 정도 예상했기 때문에 웃으면서 “아, 맞아요. 제가 원래 잘 못 맞춰요.”라고 해맑게 말하며 흘렸다.
앞서 말했듯, 상대방의 남성호르몬 수치와 부족한 사회적 지능을 고려하고 있었기 때문에 저런 특이한 행동이 나에겐 당황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괜히 그에게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한 것 같아 진심으로 미안했다.
어쨌거나, 이런 식으로 호르몬은 ‘어떤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앞서 말한 ‘몰표’ 부분 같은 경우도, 만약 남성호르몬이 높은 남성이 읽었다면 조금은 언짢은 감정이 올라왔을 것이다. 반대로, 경쟁심이 강하지 않거나 나에 대해 리스펙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일도 있었구나’라고 생각하며 읽었을 것이다. 호르몬은 생각 이상으로 많은 행동을 결정한다.
남성호르몬과 여성호르몬에 대한 과학적 설명
(과학적 사실에 관심이 없다면 읽지 않고 넘어가도 된다.)
우선 호르몬의 기본적인 역할부터 살펴 보자. 호르몬은 우리 몸의 '전령' 같은 존재다. 몸의 여러 부분에 메시지를 전달하고, 신체의 변화를 일으킨다. 우리는 호르몬이 전달하는 ‘명령어’를 통해 움직인다고 보면 된다. 특히 성 호르몬은 우리 몸의 성별 특징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물질이다.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과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은 모든 사람의 몸에 있다. 이는 마치 소금과 설탕처럼, 둘 다 필요하지만 그 비율이 다른 것과 같다. 남성은 남성호르몬이 많고, 여성은 여성호르몬이 많다.
태아의 발달 과정은 매우 흥미롭다. 모든 태아는 빈 도화지처럼 처음에 성별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 Y염색체가 있으면, 임신 4~6주차부터 남성호르몬이 분비되기 시작한다. 이것이 마치 붓으로 그림을 그리듯 남성의 특징을 만들어간다.
고환은 남성호르몬을 만드는 주요 공장이다. 하루에 약 5~7mg의 테스토스테론을 생산한다. 이는 정말 적은 양처럼 보이지만, 여성의 20배가 넘는 수치다. 마치 강한 커피 한 방울로 물 한 컵의 맛을 바꿀 수 있는 것처럼, 이 적은 양으로도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여성의 몸에서는 난소와 부신에서 남성호르몬이 생성된다. 부신은 신장 위에 있는 작은 기관이다. 여성의 남성호르몬은 매우 적은 양이지만, 근육과 뼈의 건강, 성욕, 전반적인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춘기는 호르몬의 폭풍이 시작되는 시기다. 남자아이들의 경우, 남성호르몬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여러 변화가 일어난다. 목소리가 낮아지고, 근육이 발달하며, 수염이 나기 시작한다. 여자아이들은 여성호르몬의 증가로 가슴이 발달하고, 엉덩이가 커지며, 생리가 시작된다.
호르몬은 체형에도 큰 영향을 준다. 남성호르몬은 상체를 발달시키고, 근육을 키우며, 복부에 지방을 저장하게 한다. 반면 여성호르몬은 지방을 엉덩이와 허벅지에 저장하게 하고, 가슴을 발달시킨다. 이것이 남성과 여성의 체형이 다른 가장 큰 이유다. 보통 어깨가 넓은 남자들이 경쟁심이 높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뼈의 발달도 호르몬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남성호르몬은 뼈를 더 굵고 길게 자라게 한다. 그래서 보통 남성이 여성보다 키가 크고 골격이 더 크다. 여성호르몬은 뼈의 밀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폐경기 이후 여성의 골다공증이 증가하는 것도 여성호르몬의 감소 때문이다.
목소리 변화는 가장 눈에 띄는 호르몬의 영향 중 하나다. 사춘기 때 남성호르몬이 증가하면서 성대가 두꺼워지고 길어진다. 마치 기타줄이 두꺼워지면 더 낮은 소리가 나는 것처럼, 두꺼워진 성대는 더 낮은 목소리를 만든다. 여성의 성대는 상대적으로 얇고 짧아서 높은 소리가 난다. 그래서 보디빌딩 대회에서 남성처럼 우락부락한 여성들 인터뷰를 들으면, 다소 굵은 목소리라는 걸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이는 선천적으로 남성호르몬이 높을 수도 있고, 남성호르몬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아서 나오는 목소리다.
피부의 변화도 호르몬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남성호르몬은 피지선을 자극해서 피지를 많이 만들게 한다. 그래서 사춘기 남학생들이 여학생들보다 여드름이 더 많이 생기는 경향이 있다. 여성호르몬은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하고 콜라겐 생성을 돕는다.
머리카락도 호르몬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남성호르몬은 머리카락을 굵게 만들고 수염을 자라게 한다. 하지만 너무 많은 남성호르몬은 오히려 탈모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이마와 정수리의 탈모가 흔하다. 여성호르몬은 모발을 가늘고 부드럽게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근육 발달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남성호르몬은 근육 단백질의 합성을 촉진한다. 같은 운동을 해도 남성의 근육이 더 빨리, 더 크게 발달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여성호르몬은 지방을 저장하는 데 더 많이 관여한다. 여성이 좀 더 쉽게 살이 찌고, 다이어트를 걱정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선사시대에 여자는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고 아이를 돌보는 것이 주된 임무였다. 따라서, 지방을 미리 쌓아두는 것이 유리했다. 지방이 쌓이는 경우, 오래 굶더라도 생존 확률이 높다.
Robergs and Roberts의 연구(1997)에 따르면, 건강한 남녀의 체지방률 범위는 성별에 따라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여성의 체지방률은 일반적으로 20~25% 사이, 남성의 경우 10~15% 사이인 것으로 밝혀졌다. 여성은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체지방 비율이 약 10% 더 높다.
뿐만 아니라, 여성의 체지방은 특별한 역할을 수행한다. Raben et al.(2001)은 임신 중 여성이 비임신 여성에 비해 에너지를 지방으로 저장하는 비율이 현격하게 높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가임기와 임신 초기에 저장해둔 지방은 태아의 성장과 발달, 그리고 출산 후 모유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여성의 체지방이 단순한 에너지 저장소가 아님을 보여준다. 체지방은 호르몬을 생산하고, 면역력을 높이며, 생식 기능을 조절한다. 특히 기아 상황에서는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된다.
면역 기능에서도 차이가 있다. 여성의 피하지방은 면역물질을 생산한다. 이는 감염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인다. 실제로 많은 감염병에서 여성의 생존률이 더 높게 나타난다. 체온 유지에서도 지방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방은 단열재 역할을 한다. 추운 환경에서 체지방이 있는 여성이 체온을 더 잘 유지한다. 이는 혹한기 생존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당연히 과도한 체지방은 문제가 된다. 비만은 다양한 건강 문제를 일으킨다. 적정 수준의 체지방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언급한 연구들은 공통적으로 여성의 체지방이 진화의 산물임을 보여준다. 인류 역사에서 기근은 흔했다. 지방을 잘 저장하는 능력은 여자의 생존과 번식에 필수적이었다. 이런 특성이 자연선택을 통해 전달되었다.
감정과 기분 변화도 호르몬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여성호르몬은 감정의 기복을 크게 만들 수 있다. 특히 생리 주기에 따라 호르몬의 변화가 크기 때문에 기분 변화도 심할 수 있다. 남성호르몬은 공격성과 경쟁심에 영향을 준다.
성욕도 호르몬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남성호르몬은 남녀 모두에게서 성욕을 증가시키는 경향이 있다. 여성의 경우도 소량의 남성호르몬이 성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성호르몬은 생식기관의 발달과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임신과 출산에 필수적이다.
뇌 기능도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다. 남성호르몬은 공간 지각 능력과 운동 능력에 영향을 준다. 여성호르몬은 기억력과 언어 능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하지만 이는 일반적인 경향일 뿐, 개인차가 크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운동 능력의 차이도 호르몬 때문에 생긴다. 남성호르몬은 근력, 순발력, 지구력을 높인다. 특히 적혈구 생성을 증가시켜서 산소 운반 능력을 높인다. 이것이 일반적으로 남성의 운동 능력이 더 뛰어난 이유다. 하지만 여성은 유연성과 균형 감각이 더 뛰어난 경향이 있다.
호르몬은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변화한다. 남성은 30대 이후부터 매년 1% 정도씩 남성호르몬이 감소한다. 이를 남성 갱년기라고 한다. 여성은 폐경기가 되면 여성호르몬이 급격히 감소한다. 이런 변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금부터 좀 더 재밌는 부분으로 넘어가보자. 호르몬에 따라 나타나는 행동 패턴을 자세하게 알아볼 차례다. 이번 장의 내용을 알게 되면, 곧바로 상대 성향의 절반 정도는 파악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