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걱정 말고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만 가라는 말을 들으며 컸다. 정작 대학을 마치니 청년실업 1세대가 되었다. 막연한 꿈을 안고 단돈 700달러로 혈혈단신 외국 생활을 시작하니, 그제서야 단 한 번도 돈을 벌고 쓰는 방법을 배워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경제 전문가도, 교육 전문가도 아니다. 사회복지학을 통해 사람과 사회를 좀 더 깊게 배웠고, 국제개발학을 통해 자본의 본질을 조금 더 배웠다. 그리고 몇 나라를 떠돌아다니며 한 인간에게 실질적인 경제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꼈다.
코로나 팬데믹이 오기 몇 년 전에 이미 숨 막히는 독박 육아로 봉쇄와 다름없는 생활을 겪었다. 그 경험은 코로나 위기로 전 세계가 정지했을 때 오히려 내 마음의 맷집이 되어주었고, 갑자기 생긴 빈 시간을 공간과 돈에 대해 배우고 아들과 함께 실천해보는 기회로 채워갔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내 여정을 보면, 이제 만 여덟 살이 되는 아들의 인생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기후 변화는, 팬데믹은, 세계화는, 인공지능은 이 아이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길이 지금은 전혀 없다.
다만,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한 개인으로서 돈을 쓰고 버는 여러 가지 방법, 그리고 소유물을 관리하는 방법을 어린 시절부터 경험하는 것은 나쁘지 않을 듯하다.
이 책에서는 아들이 만 두 살부터 여덟 살이 될 때까지의 여정에 대해 풀어보려 한다.
독립 육아의 여정을 함께 해 온 아들과 지지고 볶으며 함께 부모 나이 여덟 살이 되는 남편에게 이 책을 바친다.
2021년 7월 스위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