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된 후 |
연간 목표 리스트 그리고 빡세게 독서
독서의 어려움은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해서 이어졌다.
책읽기가 쉽지 않아 나름 환경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목표를 쓰면 이룬다고 하길래 따라해봤다. 연간 목표에 책읽기라고 매년 썼었다. 2018년부터 책읽기는 계속해서 포함되었다.
2018년,
처음 독서 목표는 12권이었다
한 달에 한 권만 우선 읽자는 목표치였다. 7권을 겨우 읽었다. 2019년에는 20권을 적었다. 꾸역꾸역 힘들게 의지를 발휘하며 독서량을 채웠다. 2020년에는 과연 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2배 올려 40권이라고 적었다. 40권은 스스로에겐 벽 같은 목표치였다. 이 분량은 아마도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12년을 합친 독서량보다 많은 양이였을 것이다. 버거웠다. 너무 버거워서 였을까? 2020년 6월 말 정도까지, 겨우 한 권만 읽었다.
코로나 상황과 더불어 회사에서는 여러 가지 상황을 겪었다. 여러 가지 고민이 시작됐다. 고민은 고뇌로 이어졌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아기가 태어나며 가장(아빠)이 되었다는 무게와 겹쳐 가벼운 우울증도 찾아왔다. 남성들이 간혹 겪는다는 남성 산후 우울증이었던 것 같다. 우울한 감정은 보통 하루 이틀에서 끝났다. 이번에는 이상하게도 며칠간 계속되었다.
우울한 와중에 내 삶의 패턴은 바뀐 게 전혀 없었다. 회사 일을 끝내고 유튜브의 환상적인 알고리즘에 이끌려 하루 종일 영상을 봤다. 인스타그램 삼매경도 콜라보레이션을 이루었다. 콘텐츠들을 보며 다른 사람들과 나를 비교했다. 좌절하기도 했다. ‘나는 저들이 부럽지 않아. 지금은 어쩔 수 없잖아?’라며 핑계를 대며 정신적으로 자위했다.
자기 전 인스타그램, 아침에 눈 뜨자마자 하는 인스타그램은 하루의 마무리와 시작을 알리는 하루의 루틴이었다. 인스타그램으로 뭔가 생산적인 활동을 한 것도 아니었다. 남들이 하는 수준으로 했다. 소소한 하트를 갈구했던, 평범한 인스타 유저 중 한 명이었다. 아니 어쩌면 나는 중독자에 가까웠다. 내가 앱을 켜는 게 아니었다. 앱이 나를 켜게 만드는 수준이 되었다. 그저 관성에 따라 이리저리 끌려 다녔다.
쏟아지는 인터넷 부정 기사도 중간중간 양념으로 섞었다. 2020년 6월 당시에는 정확한 코로나 확진자 수를 매일 확인하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날 것 같았다. 확인하지 않으면 불안했다. 이 흐름을 끊기 위해 아주 작은 날갯짓이 필요했다.
우선 딱 한 시간만 아침에 일찍 일어나 보기로 했다. 몇 년 전에 읽었던 〈5초의 법칙〉 내용이 문득 생각났다. 그 방법을 적용해서 다음날 일어났다. 평소보다 딱 한 시간만 일찍 일어났다. 하루가 다르게 느껴졌다. 스트레칭도 시작했다. 그렇지만, 그냥 하루 일어난 게 전부였다. 큰 변화는 아직 찾아오지 않았다.
그러다 2020년 6월 말이 찾아왔다. 개인적인 일로 혼자 남양주에 가게 되었다. 홀로 카페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여기서 5달 동안 휴면 상태였던 책을 꺼내 깨웠다. 〈Growth IQ〉였다. 이 책 내용 자체가 개인 삶에 큰 인사이트를 주지는 않았다. 그보다 더 큰 의미가 되었다.
6개월 100권을 읽게 된 마중물이 된 것이다.
당시에는 전혀 몰랐다. 이게 단기간 초스피드 성장을 이끌어낼 시작이 될 거라는 걸.